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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atorsangjin Sep 02. 2022

그 섬에 가고 싶다

[캘리문화] (3)

귀향(歸鄕)이라는 형벌이 있었다.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인데 고향으로 돌아간 죄인이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 형벌의 의미가 퇴색되고 조선시대에 접어들어 귀양(歸養)이 되었다고 한다. 유배(流配)라고도 하는데 먼 변방이나 외딴섬에 보내 평생을 살도록 하는 형벌이다. 중국에서는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형벌이었다니 당시 시대정신으로는 고향을 멀리 떠나는 것은 강한 두려움 즉 죽음과도 같았을 것으로 사료된다. 교통수단이 없는 시기 ‘멀리’ 떠나는 것 또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유배지는 지금의 감옥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다. 특히 교통수단의 발전은 우리를 보다 더 멀리, 보다 더 인적 드문 곳으로 안내한다. 또한 19세기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석학으로 불리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유배지 제주는 입도 객 1,500만 명이 넘는 새로운 관광지가 되었다. 21세기 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과거의 감옥으로 이끄는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95피트(ft/30m) 짜리 요트를 소유한 지인의 배에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체 몸을 실었다.

럭셔리의 끝판왕쯤 되어 보이는 요트는 1마일(mile/1.6m) 이동을 위해 3갤런(gal/11.4리터)이 필요하다고 한다. 숙박을 위한 방이 5개가 있고 요트 관리를 위해 2명의 관리자가 매일 요트로 출근한다고 하니 뇌정지가 왔다. 그렇게 출발한 요트는 두 시간이 조금 넘어 캘리포니아에서 매력적인 유배지를 만나게 해주었다.



카탈리나섬(Catalina Island)는 이런 섬이다.

15세기 발견 후 해적들의 근거지로 사용되었던 섬, 인구가 1만 명인 섬, 남부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22마일(35km) 떨어져 있는 섬으로 길이는 35km, 최대 너비는 13km인 섬. (참고로, 제주도가 동서로 약 73㎞, 남북으로 41㎞이다.) 교통수단이 골프 카트인 섬으로 내연기관 차량을 소유하기까지 14년 동안의 기다림이 필요한 섬 그리고 매우 아름다운 섬.



미리 예약해 둔 투어버스를 타고 설명과 함께 섬의 정상을 지나 전체를 한 바퀴 돌았다.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작지만 휴양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이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카지노, 럭셔리 리조트, 골프장, 박물관, 다양한 해양 스포츠와 섬만의 특별한 요리까지 부족함이 없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하루여서 많이 아쉬운 만남이었다.


돌아오는 길, 장난스럽게 요리조리 요트를 따라 점프하는 돌고래 때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에게 형벌을 내려주소서. 카탈리나섬으로 유배하는 강력한 형벌을 내려주소서.



* 문화뉴스 기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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