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10월 3일, 문장채집 no. 219
롱블랙 10월 3일, 문장채집 no. 219
감각의 박물학 : 감각의 발자취를 쫓아,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법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439
1. 느낌은 삶의 질을 규정해요. '무엇을 어디까지 느낄 수 있느냐'에 따라 인생이 풍요로워지거든요. 아름다운 것을 보고, 섬세한 소리를 듣고, 다채로운 냄새를 맡고,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더 많은 것을 예민하게 감지할수록, 우리 삶은 진짜 깊이를 얻어갑니다. 감각의 향연이 없다면 우리 삶은 아무것도 아닐 거예요.
2. 새로운 감각은 행복의 원천이 되기도. 좋은 문학을 읽고, 낯선 도시를 여행하고, 웅장한 음악을 듣고, 따뜻한 햇볕을 즐기로, 연인의 부드러운 몸을 쓰다듬으려 하는 이유. 물론 우리의 일상은 정반대. 종일 창백한 형광등 아래에서 자판이나 두드리면서 무미건조한 삶을 탕진.
3. "우리는 삶의 결을 다시 느껴야 한다. 현대를 산다는 것은 대개 직접적인 삶의 감각을 피해 황량하고 단순하고 엄숙하고 금욕적이며 사무적인 일상으로 찌그러지기 위한 노력이었다."
4. 후각 - 냄새는 욕구를 일으키고 마음을 움직인다.
조세핀이 제비꽃 향수로 나폴레옹을 사로잡았듯이, 후각을 잘 이용하면 많은 일을 할 수. "냄새는 사물과 사람에 대한 평가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영국 시인 키플링은 "냄새는 시각이나 소리보다 확실하게 심금을 울린다"고 했어요.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에 촉발되어 기억의 광야로 나서 수천 쪽에 달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써냈습니다. 후각의 힘이에요. 후각을 이용하면 기억을 자극하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죠.
5. 촉각 - 터치가 없으면 인류는 병든다.
촉각만큼 자극적인 감각은 없습니다. 언어나 감정적 접촉보다 열 배는 강력. 백 마디 말보다 한 차례 포옹으로 더 많은 걸 전달. "모든 동물은 만지고, 쓰다듬고, 찌르는 것에 반응한다" 신체 접촉을 자주 주고 받지 못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다 병듭니다.
촉각 없이 사랑은 불가능. 키스는 그 극치. 섹스가 "궁극적 친애요 신체접촉"이라면 "깊은 친밀감의 표시이자 촉각의 순례 여행"인 키스는 우리 욕망의 극치로 "연애의 달콤한 수고 가운데 영혼을 확장하는 행위"에요. 로댕의 '키스'를 보고 릴케가 말했듯, 키스에는 "깊이를 측령할 수 없는 욕망, 세상의 물을 전부 갖다 부어도 축일 수 없는 목마름"이 깃들어 있어요.
인간은 자신을 가늠해서 한계를 돌파할 때 고통을 얻고, 고통을 성찰해서 지혜를 얻죠. 성장통 없이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건 불가능. 촉각은 고통을 주는 동시에, 치유의 힘도 있어요. 누군가 만지고 쓰다듬고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몸이 좋아지죠. 사랑은 담은 신체 접촉은 인간을 건강하게 하거든요.
6. 미각 - 사회 공동체를 미각에서 시작된다.
다른 감각은 혼자서도 온전히 즐기지만, 미각은 전혀. 미각은 사회적. "사랑 우정 사업 투기 권력 끈질긴 요구 후원 야심 음모 등 모든 사회적 교류가 식탁 주위에서 이뤄진다." 우리는 밥상 공동체이자 알코올 동맹 속에서 살아가요.
"벗은 함께 빵을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사람들은 평화나 환대의 제스처로 음식을 나누며 함께 둘러앉아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한다" 밥은 우리와 타자를 연결해요.
7. 청각 - 역사는 외침으로 변해왔다.
우주의 본질은 울림과 떨림이니까, 우주는 사실 소리로 가득 차 있는 셈.
손톱으로 칠판 긁는 소리, 쇠와 쇠가 닿는 소리는 생각만 해도 소름. 우리 안의 구석기인이 이 소리를 등 뒤에서 다가오는 포식자의 발톱이 바위에서 미끄러지는 소리로 듣는 거.
"목소리는 제국을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고, 아이들은 목소리로 부모와 화해할 수 있으며, 기업들은 국가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 수 있고, 연인들은 구애의 급류를 탈 수 있으며, 사회는 가장 고귀한 꿈이나 저열한 편견을 표현할 수"있어요. 소리를 소통해 사회를 이룩하죠.
"음악은 감정을 상징하고, 반영하고, 타인에게 전달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를 골치 아프고 부정확한 말에서 해방한다."
음악은 우리를 흥분시키고, 우리를 슬프게 하며, 우리를 진정시켜요. 듣기를 통해 우리는 생명의 힘을 깨달아요.
8. 시각 - 세상을 이해하는 출발점
히브리 신화에 따르면, 세계 창조는 "빛이 생겨라"라는 명령에서 "보시기에 좋았다"로 끝나는 시각적 과정. 빛을 충분히 받지 못한 신체는 건강을 잃어요.
9. "삶과 하는 가장 멋진 연애는 가능한 한 다양하게 사는 것. 힘이 넘치는 말처럼 호기심을 간직하고 매일 햇빛이 비치는 산등성이를 전속력으로 올라가는 것. 인생은 신비에서 시작되었고, 신비로 끝날 테지만 그사이에는 얼마나 거칠고 아름다운 땅이 놓여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