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품격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가끔씩 빈 자리가 생겨도 양보하고
나는 늘 서서 가지만
어떤 중년은
정류장에 설 때 마다 빈자리를 찾아
매의 눈을 번득이며 민첩하게 움직이느라
때론
다른 사람들을 밀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나는 배려할 줄 아는 멋진 중년,
그는
눈살 찌푸리게 하는 사람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틈날 때마다 운동이 필요한 사무직,
어쩌면 그는
틈날 때마다 휴식이 필요한
고된 현장직 중년인 경우도 많다.
그러니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애에서 발현되는 자기동기가 있다.
물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나이듦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똑같은 세월을 살았어도
그 풍파는 동일하지 않았기에
그것 조차
소위 '품격'으로 재단할 것도 아니다.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