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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Aug 30. 2023

계절과 계절의 사이에서


간절기(間節氣). 계절과 계절의 사이. 아직 덮고 있는 얇은 인견 이불을 꽁꽁 싸맨 채 잠에서 깼다. 오늘의 최고기온은 25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은 꼭 이불을 바꿔야겠다.​


반팔을 입고 아침 산책을 가기엔 추울 것 같아 서랍장에서 긴팔을 찾아보지만 어디에 정리해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별 수없이 준원이 에어컨 바람을 막을 때 입는 리넨 셔츠를 걸치고 집을 나선다. 이렇게 입어도 쌀쌀하다니, 영원할 것 같던 여름이 또 한 번 떠난 것이다. ​


에어컨 리모컨은 다시 서랍으로 들어갈 시간. 자꾸만 따뜻한 토리를 껴안고 싶어진다. 토리 털을 마구 빨아들이는 큰 담요도 꺼내야겠다. 여름 옷은 언제쯤 집어넣으면 좋으려나. 가을 운동화와 재킷, 그런 것들에 눈이 간다. 계절이 변화하며 자연스레 따라 바뀌는 나의 관심과 생각들.​


여름과 이별을 고하는 이 시기에는 늘 조금은 싱숭생숭해진다. 벌써 서른셋의 75%를 살아내었구나, 하는 생각. 어느새 세 달 밖에 남지 않은 한 해를 잘 마무리해야 할 것만 같다. ​


눈을 떴을 때 칠흑 같은 아침을 맞이하는 건 정말 별로인데. 영영 지속될 것만 같은 긴 가을과 겨울, 추위와 어둠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또 한 번 계절과 계절의 시간을 지나 여름이 오겠지. 그때 또 나는 호들갑을 떨며 여름을 반기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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