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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 HAN Aug 07. 2022

(현재의) 인공지능은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III)?

의식과 마음 그리고 느낌

이글 보다 앞선 글 1부2부가 있다. 먼저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일요일 아침에 무슨 얘기를 할까 하다가 이글의 소제목인 의식과 마음 그리고 느낌에 대해서 얘기해 보기로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의식과 마음을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더 훌륭한 연구자들의 연구 얘기를 소개하는 글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질 것인가와 인공지능이 마음을 가질 것인가는 같은 얘기가 아니다. 


마음(Mind)은 '감각, 지각, 사고, 추론, 기억, 믿음, 욕망, 감정 및 동기와 같은 정신현상으로 나타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 보면 의식과 잘 구분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식이 있다는 것은 내가 깨어있다는 자각이고 이는 내 감정이나 경험을 내가 통제하고 소유했다는 느낌이라고 볼 수 있다. (데카르트의 Cogito 철학이 의식의 철학이고 이후 400년 동안 서양 철학이 의식의 철학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그의 책 '느끼고 아는 존재: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에서 "마음이 풍성해진 상태가 의식"이고, 마음이 ‘의식 있는 마음’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느낌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특정한 시각 또는 관점이 핵심 구실을 한다"고 한다. “의식은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마음속 이미지들의 흐름에 마음의 소유주가 실제라고 느끼게 만드는 추가적인 마음속 이미지들이 첨가돼 구축된다.”


또한 그는 뇌가 의식을 만들어 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직 뇌만이 의식을 만들어 낸다는 증거는 없다고 한다. 몸과 신경계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느낌(feeling)이야말로 생명 유지를 위한 원초적인 작용이며, ‘의식이 있는 마음’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핵심적인 기여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즉, 마음은 다양한 느낌이나 생각을 갖는 정신 현상을 말하고 의식은 이에 대한 자각과 통제력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마지오의 얘기를 따르자면 생명체는 항상성(homeostasis: 살아 있는 유기체가 최적의 기능을 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생리학적 범위 안에 유기체를 유지시키는 과정)의 명령을 따르고 다세포 생물은 '명시적 지능'을 갖게 되는데 그게 느낌이다. 


느낌은 “유기체에서 다양한 항상성 상태들 다음에 발생하거나 그와 동시에 발생하는 마음속 경험”이며 "신경계가 우리 내부와 직접적인 접촉을 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고 하면서 "느낌이 제공하는 끊임없는 이미지는 유기체가 자신의 내부에서 사물과 행동을 공간적으로 지도화할 수 있는 장을 여는데, 그것이 마음"이라고 한다. 공간적으로 지도화할 수 있는 장을 연다는 얘기는 제프 호킨스가 '천개의 뇌'에서도 언급하는 신피질의 능력이다. 


나아가 의식은 특정한 유기체와 마음을 연결하는 것이고 '내가 안다는 것'을 알게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의 논리를 따른다면 로봇같은 기계에 의식을 만들고 싶다면 현재의 인공지능만이 아니라 항상성 명령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고 느낌을 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느낌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주체가 식별되어야 비로서 마음에 의식이 생길 수 있다. 이 역시 외부 세계에 대한 내부적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내 상태로 매핑하면서 자신의 마음 속 경험으로 만들어 내는 기능(?)이 기본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다른 시각으로 말하자면, 인공지능이 현재의 학습 방식으로 수 많은 데이터를 통해 내부의 상태가 어떤 마음 상태처럼 보이게 착각하도록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상태에 대한 명시적 지능과 자각을 갖추게 하지 못한다면 인공지능이 의식을 갖는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일부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얘기하면서 '비행기를 새처럼 만들 필요는 없지 않는가?'라고 한다. 그러나 하늘을 나르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비행기를 만들 수 없듯이 마음, 느낌, 의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인공지능에 의식을 만들 수도 의식이 있다고 주장할 수도 없는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에 꼭 의식이 필요하냐?라고 한다면 더 할 이야기는 없다. 사실 나도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금 대부분의 인공지능 구루들은 소위 말하는 '범용 인공지능'이나 인간을 닮은 AGI는 당분간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고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학자가 얀 르쿤이다. 그는 그냥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쓰자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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