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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수미 Feb 25. 2024

안면마비 8개월

오늘로 안면마비 발병 딱 8개월이 되었다. 


그래도 눈이 비슷한 속도로 감긴다. 흰 자도 안 보인다. 불완전하고 어색하지만 윙크도 된다! 지난주 진료에서 교수님은 "다음 달 진료에서는 졸업해도 되겠다"면서 활짝 웃으셨다. 아직 눈을 깜빡일 때마다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입가 근육이 딸려 올라가는 등의 후유증이 남았지만, 전반적으로는 정말 많이 좋아졌다. 


나으려고 그랬는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중순까지 가만히 있어도 눈 바로 아래 근육이 혼자 툭툭 툭 툭 움직였다. 횟집에 가면 볼 수 있는, 머리 잘린 생선 지느러미 움직임 같기도 하고, 모스부호 발신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움직이는 내 얼굴이 괴이해서 혼자 멍하니 거울을 보곤 했다. 신경을 안 쓰고 싶어도 움직이는 근육이 안구를 자극하니 모를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 날은 눈꺼풀이 그랬다가, 어느 날은 눈 앞머리 아랫부분이 그랬다가, 또 어느 날은 눈꼬리 부분이 그랬다. 그러더니 지난주부터 눈가가 전반적으로 확 좋아졌다.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뭐 하나가 좋아지면 눈에 안 띄던 다른 부위가 불만이 된다. 8개월을 거의 매주 2회씩 물리치료 받고, 혼자서 뭉친 부위를 풀어주었더니 마비된 쪽 얼굴의 지방만 눈에 띄게 빠졌다. 팔자주름이 깊어지고 눈 밑도 꺼졌다. 노화를 앞당겨 맞이한 느낌이다. 


그래도 1년, 2년씩 걸려도 회복 못 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이만한 것을 다행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게 된다. 안면마비 증상 첫 날 갔던 대학병원 응급실부터, 굉장히 많은 병원에서 "서양의학에서는 발병 초기의 스테로이드제 고용량 처방 외에 달리 해줄 게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어떤 신경외과 의사는 "그냥 6개월 안에 회복 안되는 분들은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사는데, 본인은 6개월 안에 나을 거라고 그냥 믿어버리세요.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 더 안좋으니까. 믿어야지 뭐 어떡하겠어요." 라고 말했다. 그 말이 오히려 '너는 6개월 안에 안 나을 것 같지만 너무 스트레스 받지는 말아라'로 들렸었다.


복직이 40일도 채 안남아서 마음이 슬슬 조급해진다. 안면마비는 교통사고 당한 것이나 다름 없어서, 이전의 얼굴 100%를 기대해서는 안 되고 달라진 얼굴을 받아들이면서 적응하면서 살아야 한다고들 한다. 그래도 현대의학의 힘을 믿는다. 믿어야지 뭐 어떡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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