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복직 준비를 하느라 마음이 바빴다. 생각했던 것보다 회복이 더디게 느껴져서, 이래가지고 회사 다닐 수 있을까 걱정이 됐었다. 편한 친구들을 만나 밥만 먹어도 두어시간이 지나면 얼굴이 뻣뻣해지는데, 하루에 8시간+알파를 밖에서 일할 수 있을까? ~괜찮을까? ~어떨까? 각종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도리질을 치며 애써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3월을 보냈다. 통 안사던 옷을 샀다가 하루만에 환불하기도 하고, 집 근처에 '명상 센터'를 검색해서 상담 방문을 갔다가 등록은 하지 않고 그냥 돌아나오기도 했다. 이럴까 저럴까 생각만 많았다.
그래서 그냥 집에서 유튜브로 요가와 명상을 시작했다. 아침 6시에 눈 떠서 한 번, 저녁 8시~9시쯤 자기 전에 한 번, 매일 이렇게 두 번씩 한지 거의 한 달이 되었다. 명상은 전에도 몇번 시도하다가 영 집중이 안되길래 포기했었는데 이번에는 어쩌면 안정을 찾아야한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는지, 정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그냥 호흡에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뿌연 흙탕물같은 내 마음 속을 과학실 비커 바라보듯 바라본다. 부유물이 가라앉는 이미지를 상상한다. 날숨에 부정적인 감정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이미지를 상상한다. 가이드의 음성에 따라 그냥 시키는대로 하다보면, 건강하게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이 그저 감사해진다.
요가도 전에는 잘 못따라했다. 유연성이 부족하니까 시키는대로 도무지 할 수가 없었고 화딱지가 나서 때려치곤 했다. 이번에는 초급자용부터 천천히, 짧은 클립부터 시작했다. 그러면 스트레칭이 되면서 엄청 개운하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니까 조금씩 조금씩 손바닥이 바닥에 닿고 안되던 동작이 어설프게나마 되기 시작했다. 겨우 한 달여 했을 뿐인데도 이러니까, 몇 달 더 하게되면 얼마나 바뀔지 기대된다. 물론 여전히 하다가 너무 힘든 동작을 맞닥뜨리면 쉬운 클립으로 넘겨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꾸준히'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복직한지 3주 차다. 괜히 쫄았네 싶을 정도로 '무탈하게' 잘 다니고 있다. 10개월동안 회사에는 많은 풍파가 있었고 퇴직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반가운 얼굴들은 여전했다. 오후가 되면 얼굴이 뻣뻣해지지만 얼굴에 로션 바르고 주물주물하면서 하던 일 하면 그만이다. 때때로 과호흡이 오면 잠깐 보도국 옆 데크에 나가서 심호흡을 한다. 상비약으로 안정제를 들고 다니고 있는데 한 번도 먹지 않았다.(뿌듯) 부딪히기 전에 지레짐작으로 걱정하고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 잘 알면서도 번번히 실천이 안 되는데 이번에도 체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