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레이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 Apr 14. 2020

김목인의 클래식, 담백한 음표 한 다발

11, 김목인


* [B레이더] 시리즈는 필자가 기자 생활 당시 헤럴드경제를 통해 연재했던 글들을 옮겨놓은 것임을 밝힙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가수
김목인은 캐비넷 싱얼롱즈로 캐주얼하게 음악활동을 하다가 2006년 정식 앨범을 냈다. 솔로로 데뷔한 건 2011년도부터다. 정규 1집 앨범 ‘음악가 자신의 노래’로 홀로 나선 김목인은 2집 ‘한 다발의 시선’(2013), ‘콜라보 씨의 일일’(2017)까지 총 3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중간 중간 프로젝트 앨범도 냈지만 대체적으로 김목인의 신보 소식은 가끔씩 들려온다. 언제나처럼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들고 오는 앨범이지만 그가 리스너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시간의 겹만큼 켜켜이 쌓인 일상의 고찰은 기다림을 상쇄한다.



대표곡 ‘지망생’ ‘그게 다 외로워서래’
두 곡은 각각 2집 ‘한 다발의 시선’의 타이틀곡과 수록곡이다. 1집이 김목인의 시선에 대한 언질이었다면, 2집은 본격적으로 알맹이를 드러내기 시작한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결 다듬어진 모양새에 ‘지망생’ ‘그게 다 외로워서래’는 좀 더 대중적인 노래가 됐다.


‘지망생’은 동경과 시행착오 사이를 오가는 예술가 지망생들이 밤새 이야기를 나누던 방의 풍경을 담은 곡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그의 관점은 연민도, 대견함도 아니다. 그저 담백하게 그때의 시공간을 담아낸 시선이다. 조곤조곤 이야기를 건네듯 그곳의 공기를 설명하는 멜로디가 돋보인다.


‘그게 다 외로워서래’는 김목인의 노래 중에서도 화려한 편에 속하는 곡이다. 1집의 ‘뮤즈가 다녀가다’와 연장선상에 있는 뮤지컬 풍 연작 격으로 이해하면 쉽다. 그는 대부분 음의 높낮이 변화에 큰 폭을 주지 않는 편인데, 간혹 ‘그게 다 외로워서래’처럼 상반된 음폭으로부터 오는 흥을 건넬 때도 있다. 노래는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이라는 가사처럼 장단조를 오가며 괴리로부터 오는 미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사진=소속사 제공


반듯하고 단정한 김목인의 음표
김목인의 음표는 깔끔하게 다림질된 옷을 입었다. 흰색, 회색 등 컬러의 피케셔츠에 면바지의 수수한 스타일링이다. 다채로운 컬러감대신 미색의 리넨셔츠 같은 베이직함이 묻어난다. 글씨로 따지면 반듯하게 또박또박 연필로 쓴 흔적이고, 계절로 치면 한적하고 푸른 여름날이다. 음식에 비유하면 깔끔하고 향긋한 홍차이며, 최소한의 간만 되어 있는 심심한 요리다.


이 단순한 멜로디에는 담백한 김목인의 목소리가 한 치의 오차 없이 꼭 들어맞는다. 신중한 고민을 거쳐 선택된 모든 것들은 본질을 담고 있다. 불필요한 요소가 정제되어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김목인의 음악은 오래간다. 언제 꺼내 들어도 익숙하고 편안하다. 꼼수 부리는 일 없이 걷는 길은 언제나 옳은 법. 그렇게 김목인은 정직한 변주를 들려준다.



그의 블랙코미디는 가벼운 돌직구
김목인이라는 가수는 올곧고 평평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오감을 선사한다. 앨범 속 노래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다. 각각의 앨범은 마치 한 편의 단편소설이자 수필이다. 장르는 우리의 삶이다. 인생은 늘 양면이 존재하듯 김목인의 노래도 그렇다. 진지하면서도 묘하게 발랄한 구석이 있고, 착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마냥 친절한 건 아니다.


카페 창가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가만히 사람들을 지켜보는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상상의 나래 끝에서 펼쳐진 김목인의 블랙코미디는 결코 무겁지 않은, 가벼운 돌직구다. 툭툭 아무렇지 않게 가사를 던지는데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말들이다. 비슷할 수도 있겠지만 벌써 같은 의견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며, 같은 직업 이라고 해서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불편한 식탁’이나, 당신의 말에 붙은 가시를 떼어 주고 싶은데 그러면 영영 입을 다물까 안타까워하는 ‘말투의 가시’ 등 이 그 예다.


여기에 최근 발매한 3집 ‘콜라보 씨의 외출’에서는 김목인 특유의 일상적인 흐름과 풍자가 도드라진다. 이 앨범은 콜라보 씨가 하루 동안 시대의 공기를 타고 배회하는 모습을 한 편의 소설처럼 담아냈다. 앨범에는 “내가 파시스트일 리가 없지/ 난 평범한 시민인 걸”(파시스트 테스트) “난 깨어있는 음악을/빈 쟁반에 담아/입구로 가져갔지만/어디 둘지 모르네”(깨어있는 음악) 등 시시콜콜한 날들이 가득 차 있다.



추천곡 ‘걷다보니’

노래에는 “밖으로 나와 좀 걷다가”라는 표현이 쓰였다. ‘산책’ ‘외출’이라는 단어 대신 나오는 이 말은, 길을 배회하다 보니 “인생의 밀린 일”이 떠오른다는 뒷 가사가 불러오는 허무함을 탁월하게 강조한다. “미처 확인을 못 한 채 빨아버린 세탁기 속의 돈”을 떠올렸을 때의 그 ‘아차!’싶은 마음까지도. 노래가 시작될 때 전주와 가사가 나올 때 흘러나오는 멜로디의 온도차가 인상적인데, 그 찰나의 순간이 이런 노래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