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일상에 지치는 날이면, 짭조름하면서 진한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는 엄마의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
나는 된장찌개 조리법을 알고 있고 몇 번 끓여봤다. 하지만 지금 이사한 집에서는 한 번도 끓여 먹어 본 적이 없다. 사 먹는 된장찌개 외에 근 2년간 집에서 된장찌개를 끓여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끓이는 된장찌개는 이상하게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의 맛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선뜻 해보겠다는 의지가 샘솟지 않는 것이다.
된장찌개가 먹고 싶어서 된장찌개 끓이는 상상을 했다.
감자를 듬성듬성 사각 썰기로 썰어놓는다. 그 옆에 양파도 비슷한 모양과 크기로 썰고, 둥근 애호박을 절반 크기로 잘라 감자의 절반 두께로 썰어놓는다. 오늘은 칼칼한 된장찌개가 먹고 싶어서 썰어 얼려놨던 청양고추도 조금 덜어놓는다. 썰어놓은 채소들을 접시에 정갈히 담아놓고, 뚝배기에 물을 올린다. 손바닥만 한 1인용 뚝배기에 물이 끓어오르면 멸치 다시마 다시백을 넣고 5분 정도 끓게 놔두면 육수가 우러난다. 약간 누런빛을 띠며 우러난 육수의 구수한 향을 맡으며, 된장을 밥숟가락으로 듬뿍 한번 덜어내어 풀어주면서 다시 팔팔 끓여준다. (된장 찌꺼기가 싫다면 미리 다른 그릇에 된장을 풀어놓고 뚝배기에 넣기 전 작은 채에 걸러주면 깔끔한 된장찌개가 된다.) 다진 마늘도 한 숟갈 풀어내고 3분 정도 더 끓여준 다음, 아 이 냄새가 된장 냄새구나 싶을 때 미리 썰어놨던 채소들을 와르르 넣어준다. 채소가 너무 익어 풀어지기 전까지 팔팔 끓여내면 완성이다.
김이 모락 나는 갓 지은 밥도 한 공기 푸고 약간 맛이 든 생채도 옆에 놓는다. 뜨거운 밥 위에 애호박과 양파를 한 숟갈 퍼올려 한 입 가득 넣고 생채를 집어먹어도 좋다. 혹은 밥을 국그릇에 옮겨 된장 맛이 든 채소들과 생채와 고추장 한 스푼을 첨가해 양껏 비벼 먹어도 맛있겠다.
인덕션에도 쓸 수 있는 귀염 뽀짝한 뚝배기가 갖고 싶어 했는데 미니 가마솥을 사버렸다. 새로 산 가마솥으로 더 풍족한 밥과 된장찌개를 끓여보이겠다.
그렇게 된장찌개가 먹고 싶어서 된장찌개를 끓이는 상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