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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g Apr 27. 2020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 책상을 샀다.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 책상을 샀다.


내가 사는 집에는 2인용 식탁 하나와 4인용 좌식 테이블이 있다. 집에 누군가를 들이지 않았을 때는 아무 무리 없이 사용하고 있는 환경이었고 그 환경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었다. 문제는 2020년 올해 두 사람을 만나면서부터 그 환경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20대와 40대를 살아가고 있는 두 분은 나에게 참 귀한 분들인데, 평일 저녁에만 아주 가끔 들리다가 이제는 주말까지 함께 하게 되었다. 거기에 30대 한 명이 더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분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온다. 그렇게 작디작은 '나'의 집에 4명이 자주 모이게 되었다.


그 4명은 좌식 테이블에 앉아 술도 마시고 요리도 해먹고 책도 읽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한다. 그들은 나이대가 다 다르지만 하나같이 허리가, 목이, 무릎이 좋지 않은 분들이라 오래 앉아있는 걸 힘들어하는 분들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편이 짠-해지는 게, 나에게 4인용 식탁을 사기로 마음먹게 해주었다.


처음에 간이용 테이블을 생각하고 열심히 검색하며 접을 수 있는 캠핑용 테이블을 구매하기로 했었다. 그분들도 좋다고 했다. 그래서 리퍼브 매장을 가려고 했던 어느 날, 그 무리 중 한 명인 죤과 가구배치를 다시 하게 되었다. 그러다 한 공간을 만들어냈고 그 공간에 책상을 두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책상을 하나 사기로 했다. 내가 가진 식탁은 대리석 재질이라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기에는 내 손을 너무 차갑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덥석덥석 충동구매의 연속이었지만 책상을 들여놓기로 한 공간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에 재빨리 진행을 했다.


살만한 책상을 검색하고 사이즈도 재보고 고심 끝에 구매한 책상이 일요일 오전에 집에 왔고 열심히 조립했다. 완성 후 내가 책상을 놓기 원했던 공간에 책상을 딱 세웠는데!! 침대와 책상이 가득 차서 의자를 놓을 공간이 부족했다. 맙소사. 사이즈를 결코 잘못 잰 게 아니었는데, 결국은 사이즈 미스.


임시로 책상의 위치는 거실 겸 내 방인 침대가 있는 공간 한가운데로 정해졌는데, 마침 그날 우리 집에 자주 모이는 4인이 다 모여서 그 책상에 앉게 되었다. 의자가 하나 부족해서 나는 서있었다 바닥에 앉았다 서있는 김에 운동도 했다가 요란스럽게 움직였지만 3명이 그 책상에 앉아서 얘기를 하는 풍경을 보니 꽤나 그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의자를 하나 사기로 마음먹었고, 2인용 대리석 식탁을 팔기로 마음먹었다.


요란스러운 요즘.


집에 누군가가 찾아오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지난 날들과는 다르게 사람을 한명, 두명씩 들이다보니 우리집은 따뜻한 사람의 온기와 웃음소리로 풍족하게 변하고 있다. 진지한 고민도, 사회이슈에 대한 토론도, 즐거운 영화시청까지. 집 안에서 누군가와 함께 웃고 울고 떠들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따뜻한 일인지 몰랐다. 그렇게 '나'의 집이 아니라 '우리'집이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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