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주제마다 어떠한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가에 따라서 그 재미와 깊이가 달라진다.
오늘 새벽에 악몽을 꾸었는데 내가 좋아하지 않는 회사 동료가 꿈에 나와 나를 괴롭혔다. 그 이야기를 친구한테 했더니 친구는 '꿈에서도 괴로웠겠네'라고 말하고 이야기가 끝이 났다. 하지만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동료에게 오늘 악몽에 대해 이야기해 줬더니 그 동료는 '와- 꿈에서조차 널 괴롭히다니 정말 난 놈은 난 놈이야. 꿈에서라도 뒤통수를 후려쳐주지'라며 아주 깊은 공감을 해주었다. 이렇듯 현재 놓인 환경과 상황에 따라 대화의 공감도가 달라진다. 이처럼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그 대화는 더욱 흥미진진해질 뿐만 아니라 그 사람과의 관계 또한 깊어질 수 있다.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눈을 보고 대화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불편한 사람과 편한 사람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편한 사람과는 온전히 그 사람의 눈을 보면서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반면, 불편한 사람의 눈은 5초 이상 바라보고 있기 힘들고 시선이 자꾸 테이블 끝이나 손끝, 창밖으로 그 사람을 피해 달아나기 때문이다.
나에겐 그런 불편한 사람과 대화를 길게 하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공통 관심사를 찾는 것이다. 내가 제일 먼저 꺼내는 공통 관심사는 '커피'이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카페인 중독으로 살아가기도 하고 커피를 많이 마시다 보니 커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도 그중에 한 명이다. 20대 초반에 커피를 배우고 싶어서 핸드드립이 유명한 카페들을 찾아다니며 맛보기도 하고 바리스타의 핸드드립 방식을 유심히 보며 커피를 배워나갔었다. 그 덕분에 커피 이야기를 시작하면 커피벨트, 집에서 로스팅하는 방법, 핸드드립의 종류 등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거기에 칵테일, 럼, 위스키 등 간단한 술에 대한 종류, 잎 차에 대한 정보도 얕지만 넓게 갖고 있기 때문에 1-2시간 정도 무리 없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
두 번째로 상대방이 관심 있어야 하는 분야를 물어보는 것이다. 취미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내가 아는 분야라면 키워드를 꺼내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면 되는 것이고, 모르는 분야라면 그게 무슨 분야인지, 어떤 방식으로 시작하면 되는 것인지 물어보면 된다. 자연스럽게 대화의 문을 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들어주는 것이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처음 질문은 내가 시작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답을 하고 이야기를 했을 때, 적절한 호응과 추임새를 넣어주면 이야기하는 사람도 신나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상대방의 긴장은 어느 정도 풀려있을 테고 나에게 좋은 호감을 갖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들어주는 일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니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울까.
같은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서로 공감을 더 잘하듯, 이해를 잘한다는 건 얼마나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처음 보는 상대일지라도 그 상대에게 집중을 잘해주고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그 자리에는 즐거운 대화가 꽃 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