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에게,
나는 새벽녘 같은 저녁을 좋아해. 동이 트기 전에 인디고블루 빛의 하늘과 저기 저 멀리서 번져오는 오렌지빛 물감이 섞이려는 순간 말이야. 어제 저녁에는 그런 하늘을 우연히 만났어. 쓰레기를 버리려고 몸을 움직였을 뿐인데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어. 나의 다리와 팔을 간지럽히는 바람까지 너무나 완벽한 저녁이었어. 정말 나는 운이 좋은 사람 같아.
집에 돌아와서 나의 아저씨를 봤어. 워낙 유명한 드라마이기도 하고, 주변에서 강력 추천을 많이 받은 터라 넷플릭스에 올라온 걸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재생 버튼을 눌러 버렸고 단숨에 3화까지 봤어. 아직 크게 울컥하거나 감동을 받는 포인트는 없었어. 다만 삼 형제의 팍팍한 인생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시선과 지안이가 안쓰럽고 또 외로워 보여 안아주고 싶은데 안아줄 수 없는 지안이의 할머니의 시선을 봤어. 또, 그 드라마 안에 모든 인물들이 살기 위해 각자의 방식대로 몸부림치고 있는 걸 본 거야. 동훈이는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내려고 하지만 형제들에게 치여서 본인의 욕심을 제대로 부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표정에서 삶에 지침이 느껴진달까. 지안이에 대해선 말할 것도 없을 만큼 고되고 힘들어 보이지만 일단 드라마의 전개를 더 지켜보고 글을 써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동훈이의 아내와 그의 후배도 삶이 즐거워 보이지 않았어. 그 둘 다 사연 많은 표정으로 서로를 만나고 있었지. 동훈이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울 수도 있겠다 싶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들어.
이 드라마는 주인공의 시선보다 주변 인물의 시선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봐야 할 거 같아.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난 후 다음 후기도 들려줄게.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궁금하다. 하지만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에 다른 이들의 시선을 찾아보겠어.
알렉스, 난 그런 생각을 했어.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야. 삶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서 엔돌핀이 펑펑 나오는 사랑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그 박한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현실을 벗어난 완벽한 환상이라도 말이야. 다들 사랑에 빠지면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라는 말을 많이 쓰잖아. 어떤 방식으로든 사랑에 빠져야만 살 수 있는 거지.
알렉스, 너의 사랑은 어떤 거 같니.
오늘은 금요일이다. 평소보다 여유롭고 즐겁게 또 행복하게 보내자. 알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