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을 부는 사람
갑자기 그녀가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어. 내가 갑자기라고 말하는 건 그녀가 30년 넘게 휘파람을 불지 않았기 때문이지. 짜릿한 일이었어. 난 처음엔, 집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나 했어. 난 위층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그녀는 아래층에 있었지. 잡힌 게 아니라 스스로 날아든 새, 야생의 생기 넘치는 그 새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지저귀고 미끄러지고 되돌아오고 희롱하고 솟구치는 소리였어.
이윽고 내가 말했어. 당신이야? 당신이 휘파람 부는 거야? 응. 그녀가 대답했어. 나 아주 옛날에는 휘파람을 불었지. 지금 보니 아직 불 수 있었어. 그녀는 휘파람의 리듬에 맞추어 집 안을 돌아다녔어.
나는 그녀를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했어. 팔꿈치며 발목이며, 기분이며 욕망이며, 고통이며 장난기며, 분노까지도, 헌신까지도. 그런데도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기 시작하긴 한 걸까? 내가 30년간 함께 살아온 이 사람은 누굴까? 이 맑고 알 수 없고 사랑스러운, 휘파람 부는 사람은?
- 메리 올리버, 휘파람을 부는 사람 -
글을 하나 소개받았다. 메리 올리버의 휘파람을 부는 사람이라는 글을. 이 글을 소개해 준 사람은 나에게 '내 이상형은 휘파람 부는 사람이야'라고 말을 하며 이 글을 소개해 주었다.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이 매혹적인 글을 읽고 자연스레 그 사람의 이상형이 이해가 되었다.
이 글의 작가는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연인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그 모습에 매료되어 짜릿함을 느낀다.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 내가 아는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질문을 던진다. 이 맑고 알 수 없고 사랑스러운, 휘파람 부는 사람은?이라고.
우리는 '서로를 잘 알고 있다.', '나는 그 사람을 안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다.'라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 이 말들처럼 우리는 정말 서로를 알고 있는 걸까. 오랜 시간 함께 해왔다고 그 사람의 모든 걸 알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기 시작하긴 한 걸까.' 내 스스로를 뒤돌아본다. 사랑은 시작하는 순간부터 내 마음은 하늘과 땅 혹은 우주를 오가며 그 안에 모든 공간을 그로 채워나간다. 그 안에서 수많은 내적 갈등을 겪고 그와 다툼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여러가지 상황을 겪게 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는 이 사람을 잘 알아.'라며 자만하게 된다.
이 글의 작가처럼 우리는 사랑이라는 두 글자 앞에 조금 더 겸손해야 하고 겸허한 자세로 사랑을 관찰해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쉽게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단정 짓지 말고 언제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우리의 사랑이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나 또한 그를 열심히 관찰하고 매 순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려고 노력할테다. 그 노력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날 때까지.
나는 이 글을 사랑스럽고, 언제나 새로운 나의 사람에게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