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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요가생활 Jan 20. 2020

일상요가생활 - 좋아하는 일

미친듯이 좋아하는 일을 불꽃같은 열정으로 하는 사람들이 궁금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좋아하는 일이 분명하고 거기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많든 적든  일로 돈을 벌어 삶을 꾸려나가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부터 기인한 기쁨으로 당면한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것은.


나의 열정이란 좀처럼 불타오르는 듯한 에너지를 가진 것이 되지 못한다. 하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분명한 편이지만 저것을  하고야 말리라는 집념을 보이는 대상은 만난 적이 없다. 잔잔한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성취감을 고취시키는 활동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굉장할 것도 없는 어려움을 만났을  이를 극복해버리고 다시  활동을 이어나가겠다 싶은 정도로 열의가 생기지는 않았다. 특히 일에 관해서는 무언가 반짝거리는 것을 쫒기보다는 가능한 선택지 내에서 그나마 할만할  같은 것을 선택해왔던  같다. 어린 시절 장래희망 칸을 만날 때마다 새로 채워 왔지만 간절히 바라는 것을 적기보단 비운채로   없어 무엇이라도 적어왔던 것처럼.




나의 일과 관계된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이과/문과를 선택하면서부터였다.(인문계고를  것은 선택이라기보단 무난한 성적의 학생의 당연한 진로였다.) 시대별로 공간별로 외울 것이 많았던 사회와 역사 과목을 피해 이과를 선택했다. 이제와서는 시대순으로 이어오는 역사의 맥락과 공간 상으로 연관 지어온  나라 간의 관계를 아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지만 역시 체계적인 가르침의 기회가 있을  제대로 정립해 놓지 않았더니 들을 때마다 전후 관계가 헛갈린다. 덕분에 역사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다물고 듣기만 하는 쭈구리가 되었다. 그렇게 여고에서 열두 반중 세반인 이과반 학생이 되었다.


이과에 왔고 대학에 가야 했기에(대학 진학은 너무도 당연하여 인문계고를  것처럼 선택이라고 할만한 요소가 없었다.) 적당한 진로를 고민했다. 허준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난 후에는 한동안 한의사를 생각하다가 고3 때는 항공기 조종사로 방향을 틀었다. 평범한 선택은 아니었는데,  진로를 선택한 스스로에게  빠져있었던  같다. 군인은 되고 싶지 않아 민간 학교 중에 운항과가 있는 곳을 지원하고자 했으나 수능을 말아먹는 바람에 2 지망이었던 공대로 진학했다. 사실 화학을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었지만 화학 1과 화학 2 수능 점수를 넣고(8개의 과학 과목 중 4개를 시험 쳤고  학교에선 두 개의 점수를 넣을  있었다.) 전자와 전기와 컴퓨터를 배운다는 학부에 들어갔다. 여기가 성적 커트라인이  높기도 했고 어쩐지 미래에  먹고살만한 일을 구하기 좋을  같았다. 취업이  되는 분야이긴 했지만 그때 관련 업계나 사회 돌아가는 것에 대해  얼마나 알았겠는가? 그냥 그런 느낌적인 느낌으로 선택했다.


학부 내에서도 다양한 트랙이 있었다. 컴퓨터는 이미 전문가 행세를 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전기는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안 갔다. 비교적 단순한 세계로 보였던 전자 제어를 선택해서 대학원까지 진학했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이 그리 단순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학부에서의 공부와는 달리 대학원에서 하는 연구라는 활동은 나에게 전혀 맞지 않았다. 텀이 빠르게 돌아가는 전자 회사는 부담스러워    단위의 일을 하는 회사들에 원서를 썼고 그중 하나의 회사에만 합격해서 입사했다.


입사 2년 차가 되었을 때부터 회사를 나가   있는 다른 일에 대해 고민했고 결국 5년 차에 가능할  같은 일을 찾아 회사를 떠났다. 결혼  이런저런 이슈가 맞물려 퇴사 타이밍이 맞아 들어간 시기였다. 뭔가 이제는 선택의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을  1 이상 꾸준히 하고 있던 요가가 단상 위에 올려졌다. 당시 회사에서 하던  일에 대해 크게 불만스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점을 상쇄시켜줄  있는 점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전에 떠올렸던 다른 일들에 비해 내가 해볼  있는 현실성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다.(물론 그때도 역시  업계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은 전혀 없었지만.)




요가 강사라는 직업은 내가  직장에 다니며  일을 하는 것과 비교해 장점이라 생각했던 점을 그대로 따라주었다. 그리고 물론 새롭게 알게 된 한계점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다. 나는 지금  일이 좋지만 역시  일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다른 어려움이나 가능한 선택지가 나타난다면 그것을 따라갈지도 모른다. 여전히 내가 강렬하게 하고 싶은 일은 만나지 못한 상태이다.


열정에 타올라 조건 좋은 혹은 이미 쌓아놓은 것이 많은 자신의 일을 때려치우고서라도 좋아하는 일에 뛰어드는 사람의  정신이 궁금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이것을 일로 만들어가려 노력하는,  속에서 많은 고통과 실패를 겪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즐거움을 느끼는  마음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한없이  일에 몰두하며 아찔한 성취의 쾌감을 느끼는  경험이 궁금하다.


하지만  평생을 돌아봤을  나는 그런 종류의 열정을 가진 사람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나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면을 보는 사람이고 평화롭고 안온한 삶을 즐긴다. 하나에 몰두하기보단 이것저것 해보기를 좋아하고 재능면에서도 한 가지에 튀는 면이 있기보단 이것저것 무난하게 해내는 편이다.


최근에 팟캐스트 <책읽아웃> 통해 추천받아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이라는 책을 샀다.  자체의 내용보다는  책을 사면   있는 강점 테스트를 해보기 위한 것인데, 테스트 결과로 서른네 가지 분류  다섯 가지 강점 테마를 알려준다. 나의 다섯 가지 강점 테마를 나름대로 분석해보니, 나는 조율을 잘하는 사람이다. 전체적으로 살피고 조화로운 체계를 만들어내며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것 아니면 안 된다고 느끼기보단 무엇에서도 긍정적인 경험을 도출해내는 성향이다.


여전히 나와 다른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궁금하긴 하지만 나의 이런 성향을 부정하지는 않으려 한다.  미친 듯이 좋아하는 일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가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 내가 나로 존재할  있는 즐거운 일들을 찾아 조화롭게 해낼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려 한다. 물론 이것을 돈이 되도록 하는 방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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