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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ptember Sky Nov 01. 2024

10월 달리기 증명하기보다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러너는 승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달리기 일지를 쓴 지 10년이 되어간다. 매월 말일까지 훈련과 느낌을 적는다. 무엇이든 오래 하면 수양이 된다. 다른 해에, 다른 월, 다른 달리기 일지는 블로그에 모두 있다.



10월 달리기, 러너임을 증명하기보다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달리기에 좋은 계절이다. 10월 3일은 국제 평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27일에는 가을의 전설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두 경주 모두 Full 코스 42.195km를 달린다. 무엇인가 자신이 하는 일을 증명하기보다는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러너는 사실 승인이 필요 없다. 묵묵히 자주 달리는 사람은 러너다. 단지 예술처럼 수준과 경험 차이만 있을 뿐이다.


10월 1일 화요일

출근 후 놀다가 퇴근하고 관문 운동장에서 혼자 달렸다. 10.55km,  58분 47초, pace 5:34

이걸 똑같이 4번 하면 3시간 55분에 피니시라인에 들어온다. 왜 자꾸 똑같이 몇 번 하면... 이런 말을 쓰냐면 무엇인가 이루는 일은 항상 반복을 벗어날 수 없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집중하는 일을 계속한다.


한 가지를 목표로 하면 다른 10가지가 다 좋아져야 한다. 목표를 분명하게 잡았다면 그다음은 일상, 자세, 태도, 인사, 감사, 인내, 환경, 집중, 건강, 규칙적인 잠, 마음.... 모든 게 좋아져야 달성하는 거다. 마라톤이 딱 그렇다. 훈련 아무리 해도 소용없다. 매일 술, 담배, 잠, 일상, 음식, 근력 운동, 규칙, 훈련, 쉬는 것, 집중하는 것...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좋아져야 기록을 내고 더 빨리 달린다. 지금은 거의 포기다. 생활이 별로라서 말이다. 4시간도 힘들지 모른다. 마음이 지면 육체는 100% 지니까 마음만은 지지 않기로 한다. 


오후에 광자필자 선배에게서 전화벨이 잠깐 울리다 끊겼다. 다시 걸지 않았다. 이유를 모른다. 양자미자 누나가 다시 전화를 하든가 문자를 했으면 좋겠지만 오지 않아서 그냥 일했다. 선배를 지켜보는 장면이 가슴 아파 추석 전에 사과를 선물했던 일처럼 그냥 눈에 띄지 않으면서 잘해주고 싶은 생각뿐이다. 아마 누구나 그럴 것이다. 점점 죽음이 다가오는 사람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필자 선배가 가져가야 할 것들은 가족과 친구, 더해서 다른 사람들은 추억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엄밀히 말해 기억이다. 그것도 아름다운 것들과 쓰레기들이 섞여 있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아름다운 것들은 회상과 추억이지만 쓰레기들은 후회와 아쉬움, 성취하지 못한 것들, 이루지 못한 사랑, 아쉬움 같은 것들이다. 물론 쓰레기도 아름답겠지만 아주 많은 쓰레기들하고 같이 떠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삶은 자연처럼 정직하다. 속일 수도 없고, 거짓말도 못하고 바로잡기도 힘들다.   





늦은 시간에 술을 사러 편의점에 갔다. 가끔 늦은 시간에 보던 나이가 65살은 넘어 보이는 점원님이 계산할 때 "행복하세요!" 한다. 이유야 어쨌든 나도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 감사하는 마음 말이다. 


아들이 방금 전에 들어온 모양이다. 


일이 잘되면 겸손한다. 마음을 수그리고 더욱 정진한다. 다 잘되는데 이렇게 주눅이 든 걸 보면 가족 관계가 좋지 않은 모양이다. 특히 와이프 하고 말이다. 그 강을 무사히 건널 수 있으면 좋겠다.


모두가 내 책임이다. 남자는 책임은 못하지만 의무를 다 하는 사람이다. 



10월 2일 수요일


내일 국제 평화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기로 한 날이다. 두렵다. 마라톤 풀코스에 이렇게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었는데 이번엔 다르다. 유는 분명하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본 게임은 춘천마라톤이고 훈련에 불과하다고 마음을 먹어도 조금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우선 달라지는 것도 없다.  



10월 3일 목요일 국제평화 마라톤 대회 풀코스 42km, 4시간 18분 52초, pace 6:08초


잘 달렸다. 시간으로 기록을 내는 운동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과 보통 수준의 아마추어에게 걸리는 시간이 두 배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오늘 잘 달렸다. 긴 이야기는 블로그 "국제 평화 마라톤 풀코스 42.195km 완주" 글로 올렸다. 


필자 선배는 얼마나 힘들게 지내는지. 사람들의 내면을 보며 얼마나 인내하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저주스럽다.  


10월 6일 일요일, 대공원 훈련 14.4km, 1시간 31분 42초 pace 6:23


과천 마라톤 팀은 일요일 아침 7시에 정모를 연다. 동절기와 하절기를 나누지 않고 항상 7시다. 훈련 내용을 받고 아침 일찍 일어나 나갔다. 앞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야겠다. 리프트 타는 곳 앞에서 체조를 하고 대공원 둘레길 입구를 향해 호수를 오른쪽에 두고 천천히 달린다. 호숫가를 돌아, 대공원 둘레길을 달리고 나와서 언덕 훈련하는 동물 병원 앞으로 올라가 야구장으로 내려와 출발했던 곳으로 오면 7km 거리다. 이걸 두 바퀴 돌았다. 



대공원 달리기 코스



"내가 만드는 모든 이야기가 나를 만든다. 나는 나 자신을 창조하기 위해 글을 쓴다" - 옥타비아 버틀러 


방금 지하철에서 되게 잘생기고 다정하고 어린 청년이 내 폰에 플래시 켜져 있다고 알려주었다. 또 알려줄 건 없니?… 나와 지옥 끝까지 얽히고 싶다거나 뭐 이런?…ㅋㅋㅋ 


10월 8일 화요일 관문운동장 14.55km, 1시간 25분 39초, pace 5:53


훈련 내용은 아래와 같다.   

400미터 트랙 8바퀴 6분 30초로 조깅 후 100미터 질주 100미터 회복 4세트


야소 800미터 5분 20초 페이스로 달리고 200미터 100초에 회복 달리기를 5세트


5km를 대회 페이스 5분 10초로 달리기 


10월 10일 목요일 훈련 관문운동장 14.53km, 1시간 23분 10초, pace 5분 43초


무엇이든 자신이 정의한다. 장거리, 기록, 거리, 주법, 신발, 주로, 몸 관리... 다른 사람의 의견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다. 우리는 고유하고 독특하게 자신에 맞는 정의를 내리고 그것에 따를 자유가 있다. 그게 바로 선택이다. 선택이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가도 후회하지 않는다. 


10월 12일 토요일 정모


아침 일찍 나가서 하프 21km를 달렸다. 한강을 달렸다.


한강을 달리다.


한강을 옆에 두고 달리는 일은 매혹적인 일이다. 강변의 날씨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흐리든, 맑든지 간에 들여다보고 해석해야 할 심연을 갖지 않는다. 과정이나 설명이 필요 없다. 넘실대는 강물,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강, 모든 것을 삼키고도 초연한 강을 보고 싶었다.


정모가 8시에 열리니 7시에는 영동 1교를 출발해 잠실 철교를 찍고 돌아오기로 한다. 요즘은 열정을 따르라는 조언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열정이란 말의 라틴어 어근은 "신이 자기 내면에 가득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언제까지 열정을 가지고 살 수 있을까? 더욱 몸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열정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을까? 몸은 신비롭고 심원한 영역에 속한다. 무엇을 하든지 마음이 아니라 몸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밤낮으로 육체는 우리를 간섭한다." (버지니아 울프).


한강과 탄천이 합류하는 부근까지 달리고 나서 한강의 오른쪽으로 달릴 건지, 왼쪽으로 달릴 건지 선택하는데 대부분 잠실 대교를 향해 간다. 여의도 방향으로 선뜻 틀지 못하는 이유는 위험해서다. 자전거 통행량이 많고 주로가 좁다.


울트라 마라톤을 준비할 때는 성산대교까지 왕복하는 50km를 왕복하기도 한다. 한강은 점점 달리기에 적잖이 영향을 주는 바람이 세게 불어온다. 달리면서 보는 한강의 물길, 강물에 반짝이는 윤슬, 까마득히 보이는 교각들은 아주 조금만 본다. 주로 바로 앞의 바닥을 내려다보기 때문이다. 마라톤이든 인생이든 너무 멀리 바라보면 거리에 압도되어 살기가 싫어진다. 이럴 때는 바로 앞의 일만 생각한다.


한강의 교량은 31개다. 서울시를 연결하는 교량이 27개인데 여기에 시계 외 교량 4개를 더하면 31개가 된다. 한강 변을 달리는 주로는 언제 달려도 후련한 마음이 든다. 도심의 도로를 달리거나 지방 대회에서 달리는 주로는 지루하고 단조롭단 생각이 들지만, 한강 변을 달리면 모든 풍경이 빠르게 변하기에 지루하지 않다.


갑자기 앞으로 한강을 볼 수 없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8월 15일 화요일 쉬었다.


일요일 저녁에 2주 만에 술 마신다고 연태고량주 한 병을 마시고, 찬 요구르트를 많이 먹었더니 일요일 몸살기가 와서 쉬었다. 감기인 줄 알아서 저녁에 대추 쌍화탕을 마시고 계속 굶었다.


8월 17일 목요일 훈련 관문체육공원, 8.3km pace 6:20

8바퀴 조깅, 100미터 질주 4회, 300미터 76초 100미터 회복 10회 성공!


몸은 좀 괜찮은데 속은 여전히 불편하다. 안 먹어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고 무얼 먹으면 자꾸 부대낀다. 일단 일을 할까? 달릴까? 고민하다가 달리기로 한다. 통제에 조작에 일일이 대응하지 말고 인내한다. 가장 강한 반응은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늘 눈부시다



오늘 춘천마라톤 배번호가 나오지 않아 홈페이지에 가니 출사표 이벤트가 떴다. 한참 전에 방문했을 때 보이지 않더니 이미 기한이 지났다.


안녕하세요. 사무국입니다.
2024 춘천마라톤 출사표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참여방법
1) 2024 춘천마라톤 출사표 작성(자유양식)
2) 출사표 내용과 참가자 정보(이름/참가부문/생년월일/핸드폰번호)를 이메일(chuncheon@chosun.com)로 제출
★ 메일 제목에 [춘마 출사표]를 반드시 작성 ★
- 제출기간 : ~ 10월 6일(일) 23:59까지
- 증정 : 롯데 모바일상품권 5만 원권
- 선정인원 : 10명- 당첨발표 : 10월 8일(화) / 당첨자 개별 연락

※ 본 이벤트는 2024 춘천마라톤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 모바일상품권은 2024 춘천마라톤 종료 후 개별 안내 및 증정 예정입니다.
※ 참가자 정보를 작성하지 않으면 당첨 대상자에서 제외됩니다. 



신포도 작전으로 나간다. "상품이 운동화가 아니라서 차라리 참여하지 않는 게 잘 됐네." 한다.


노벨 문학상을 받 한강으로 난린데 정말 사랑하는 것들을 잃어 봐야 쓸 수 있는 글이라서 그렇다. 이제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은 울림을 주는 글을 쓸 수가 없다. 김형경의 세월을 읽을 때도 힘들었다. 한 페이지를 넘기면 잠시 진정을 하고 쉬었다가 읽어야 했다. 사랑을 잃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인생을 사는 전략 두 가지는 "무엇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아." 아니면 "인생에서 젝스가 뭐라고~" 하는 어리숙한 전략이었다. 매 삶의 순간이 소중함을 깨닫고 나서는 그 두 가지 전략이 너무 무례하고 천박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는 냉소와 겨우 이까짓 거에 삶을 걸어? 하는 겸손 없는 치기가 배어 있었다. 모종의 감정을 숨기고 사는 일은 쉽지 않다. 눈에 다 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감정이 절실하면 얼마나 쉽게 눈에 띄겠는가?


기억하라, 항상 전략적인 행동만이 의미가 있고 미래를 만든다. 전략적인 행동이란 계산적인 행동이고. 감정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거다. 전략이 없으면 적어도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된다. 그게 전략이다.


10월 21일 월요일 춘천 마라톤 참가 취소 


기다렸지만 참가비 결제 취소가 되어 다시 하라는 문자를 무시했더니 결국은 무산되었다. 이런 게 바로 인생의 놀라움이다. 일이 많고 바쁜 일정을 어떻게 알고 이런 놀라움을 선물할까? 인생은 거의 항상 그렇다. 우울하지만 기쁨으로 받아들인다. 변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의 삶이 변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늘 같은 일을 하고 같은 방식으로 살면서 무엇인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처럼 어리섞은 일도 없다. 명심해라. 누구도 널 구해주지 않는다.  


필자 선배는 볼 때마다 점점 작아졌다. 그게 보기 싫어서, 옆에 있기 힘들어서 남자는 잘 나가지도 않는다. 누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항암제가 듣지 않아 수술도 하지 못하고, 배에 물이 차 점점 병원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고 했다. 식당을 책임진 아들과 직장 다니는 딸도 지옥 같은 여정을 함께 하는 중이다. 떠나면 잊히는 거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과 있는 시간도 싫다. 기볍게 보내는 사람은 가볍게 보내는 사람들끼리, 무겁게 보내는 사람은 무겁게 보내는 사람끼리 어울리면 된다. 남자는 사소한 것 하나도 떠나보내기 힘든 사람이다.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으며, 향기와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명확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10월 26일 토요일 정모


춘천 마라톤을 달리지 않으니 여의천 왕복 10km를 달렸다. 돌아올 때 강자신자와 이야기하며 빠르게 달렸다. 


10월 31일 목요일 관문운동장 트랙 조깅 


일이 많아 훈련을 자주 빠진다. 좋은 일이다. 춘천마라톤이 끝나고 조깅으로 몸을 푸는 동료들과 함께 관문 운동장을 조깅으로 달렸다. 중요하고 성과를 내는 일, 일의 범위를 확장하고 자신이 성장하는 학습에 집중한다. 모든 기대는 마음에 영향을 주니 가급적 하지 않는다. 상황이나 사람에 대한 기대는 현재를 사는 일이 아니다. 명확히 자신의 노력에 합당한 것들을 원하고, 상황이 흘러가는 데 따라 적응한다. 


10월의 마지막 날 훈련이 끝났다. 달리기에 대해 아직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달리지 않아도 삶에 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이 군형을 갖도록 한다.


11월에는 더 먼 거리를, 빠르게 달리기를... 신의 축복이 언제나 함께 하길... 



달리기 훈련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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