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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OB Dec 09. 2018

나는 썸이 싫다 II

'나는 썸이 싫다.' 그 이후의

브런치에 작가로 등록하고 나서,

만 3년간 100여개의 글을 썼다.

그러나 그 많은 글들 중에서도

단연 기억에 남는 글은 '나는 썸이 싫다.'

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글의 내용을 짧게 요약하자면 아주 간단하다.

어중간하게 데이트메이트나 만들고

애매한 썸이나 태울 바에 차라리 혼자가 낫겠다는,

나는 그보다 조금 더 진중한 관계에 목마르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2015년 10월 말쯤 글을 올렸는데,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그냥 푸념하듯이 생각을 적은 글이었는데,

다음과 브런치 메인,

카카오 페이지 메인에 올라가면서

8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총 158회나 공유가 되었다.


글의 아래에는 나를 비판하거나 응원하는

여러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 중에는 나와 논쟁을 하기 원하는 듯한

늬앙스의 댓글들도 있었지만

굳이 반박을 하려고 리플은 달지 않았다.


그리고 그 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두 번의 연애를 했고

여러 사람과 데이트 형식의

짧은 만남도 가져봤지만,

나는 여전히 그대로다.


좋으면 좋은데로 싫으면 싫은데로

표정과 말투와 행동에서 다 티를내는,

한 없이 당기거나 한 없이 밀 줄 밖에 모르는,

그리고 그것을 '순수하고 투명한' 성품 때문이라고 자기 자신을 포장해내는,

'연애고자'이자 'SOME HATER' 로 살고 있다.


불과 얼마전에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소개팅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평소에는 자주 가지 않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밥도 먹고,

(혼자 갈때랑은 조금 다른 분위기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

북악산에 가서 드라이브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설렌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동안 잊고 있던 감정인것 같았던.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기분은

24시간을 채 가지 못했다.


스테이크랑 파스타는 맛있었고

카페의 분위기는 최고였고

밤의 북악산은 예술 그 자체였고

그 사이 사이 나눈 대화에는

시종일관 웃음꽃이 폈지만,

알수없는 공허함과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


잠깐 설레고 잠깐 즐거웠지만,

'그 사람도 같은 감정이었을까?'

'좋은 관계로 발전 할 수 있을까?'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전전긍긍하는 주제에

내게 연애란 가당키는 한 것인가?'

등등의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에 가득찼다.

그리고 만사가 귀찮고 불편해졌다.


외롭지 않은게 아니고,

연애가 하고싶지 않은 것도 아니다.


말도 안되는 말인줄은 알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도, 

연애 초창기에 반드시 겪어내야만 하는

시시콜콜한 어려움과 고민들은 다 건너뛰고 싶다.

마치 적어도 4계절 이상은 함께 한 사이처럼.


아마도 '나는 썸이 싫다.'에서

한 발짝 더 멀리 간 느낌,

보편적인 관념에서의 연애에서는

더더욱 멀어진 느낌이다.


포토그래퍼라는 직업상 많은 결혼식에 가게 되는데,

예전에는 '나도 얼른 결혼하고 싶다.'

'나는 결혼을 하면 이렇게 하고 싶다.'

는 생각을 떠올렸던 반면,

이제는 결혼이라는것 자체가

나와는 아주 멀고 어색한 것으로 여겨진다.


나이가 먹으면 연애도 사랑도 쉬워질 줄 알았는데

계란 한판의 나이가 다 되어서도

오히려가면 갈 수록 어렵고, 생각만 많아진다.


책을 더 많이 읽던지

참았던 여행을 가던지

이 참에 새로운 취미라도 가져봐야 할까?


p.s

 이글은, 브런치 작가 '좋은비'님의

'서른의 연애'를 읽으면서

일종의 현자타임같은 것이 와서 쓴 것이

절대로 아님을 밝혀두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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