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로또를 사야지
나는 상업사진으로 밥벌이를 하는
프리랜서 포토그래퍼이다.
(작가라는 말은 아직도 거북하고 딱히 뭐 다를 건
없지만, 동의어면서 다른 나라말인 '포토그래퍼'
라는 말이 내 자신을 낮추는 말 같이 느껴진다.
실제로 전공자들이나 소위 유학파들은
'작가'라는 말이나 '프로'라는 말에 매우,
매우 민감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다.
작가면 어떻고 찍사면 어떤가?
사진이 좋아서 하고 있으면 된거지.
뭐 아무튼 어떻게 불러도 난 좋다.)
어쨋든 나는 사진을 전공한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다른 사진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한 것도 아니다.
그냥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에
혼자 돌아다니기 뻘쭘해서
중고 카메라 한 대를 메고
여기저기 다니기 시작 한 것이 여기까지 와버렸다.
이상하게 사진이 좋았다.
잠깐 스쳐지나갔던
수십가지의 취미생활과는 다르게.
사진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외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걷고 걷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곳 앞에
한 참을 서서 사진을 담으면
세상 모든 고민과 염려가 사라졌다.
그 자체로 행복이었다.
"취미가 직업이 되면 어때?"
취미 사진가에서 전업(상업)사진가로
타이틀이 바뀐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했던 질문이다.
제대로 하지 못했던 답을 이제야 하자면,
'좋은데 좋지않다.'
사진을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사진은
결국 따로 있지 않겠는가?
통장에 돈이 들어오게 하는 부류의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사진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상업사진가라는 직업은,
적어도 다른 일을 하는 것 보다는
굉장히 나와 잘 맞으나,
아주 만족스러운 직업은 아니다.
요즈음 들어 나는 남들 보다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뛰어다니며 일을 하려고 애를 쓴다.
내구한도가 100만컷도 넘는 카메라 셔터박스가
다 부셔지도록 일을 하고 싶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할 수 있으니까.
오늘은 두 시간 짜리 촬영에
한시간 반 넘게 지각을 한 클라이언트 때문에
폭발 직전이면서도,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말아야 했기에
더더욱 성공이 목마른 밤이다.
아...얼른 부자가 되서 사진을 때려쳐야지,
그리고 그 다음에 사진을 해야지.
응?
그러니 로또를 사야하는 건가.
제 꿈을 이루는데 보탬이 되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촬영을 문의해주세요.
남들 보다 잘 찍지는 못해도
남들 만큼은 찍으면서
더 열심히 찍어드립니다 ^^(?)
JACOBS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