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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OB Feb 03. 2019

눈이 조금 왔고, 굴라쉬를 먹었습니다.

부암동은 여전합니다. 

금요일 저녁 지인과 함께 오랜만에 부암동을 찾았습니다.

종로 근처에서는, 아마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입니다.

요즘 뜨거운 익선동이나, 삼청동 보다 말이지요.


테이블 몇개안되는 레스토랑과 

꾸불꾸불한 언덕을 한 참 걸어 올라가야 하는 카페들,

심지어 부암동 근처에는 어디 마땅히 주차할 공간도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주말이면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그건 제가 부암동을 좋아하는 아주 중요한 이유가 되는거죠.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그날은 눈이 조금 왔습니다.

운전을 걱정할만큼 펑펑 내려서 쌓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눈인지 비인지 구분이 안되는

그런 얄궂은 것은 또 아니었습니다.


그냥 괜시리 사람을 설레게 하는, 딱 기분좋은 정도의 눈발이었죠.


어딜가서 무엇을 먹을까 전날부터 고민을했는데

몇 년이 지나도 새롭게 갈 곳이 마땅하지 않더라고요.


결국, 3년전 여름 당신과 함께 갔던 곳엘 갔어요.

작은 테이블 몇개 있는,

저처럼 사진작가 출신의 오너쉐프가 운영하는,

아기자기한 레스토랑이지요.


사진에 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탓인지

신기하게도 저를 기억하셨습니다.

다행이 함께였던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셨나봐요.

구태여 묻지 않으신것일수도 있지만요.


3년 전 우리는 오븐에 구운 치킨과 파스타를 시켰었는데,

이번에는 굴라쉬스튜와 파스타를 시켰지요.

그곳의 분위기와 음식의 맛에 대해 동행한 지인이 칭찬 일색인 동안,

저는 3년 전 당신이 입었던 분홍색 티셔츠와,

내가 손에 쥐어주었던 장미 꽃 한 송이를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극찬을 했던 부암동의 베이커리 scoff는

이제 서촌에도 체인을 냈다네요.

지인이 꼭 한 번 들려보고 싶었다고 했지만,

차마 그곳에는 갈 엄두가 안나서

아마 빵이 다 팔렸을거라고 허둥지둥 둘러댔어요.


그리고 나서는 라카페 갤러리를 갔지요.

우리가 앉았던 그 테이블에 앉았어요.

조금 낡았지만, 모든게 그대로네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라카페 갤러는

올 겨울을 끝으로 부암동에서 사라집니다.


환하게 웃었던 당신의 미소도

기억에서 언젠가 그렇게 사라질까요?


주저리 주저리 너무 많은 말을 했네요.

어쨌든, 오늘은 눈이 조금 내렸어요.

그리고 노래를 부르던 굴라쉬를 먹었지요.


당신없는 하루 치고는 이만하면 나쁘지 않았네요.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왜이리 헛헛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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