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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OB Jan 06. 2019

가치있어서가 아니라 같이있어서

글로, 사진으로 가치있는 시간을 기록해보려 노력하며 살아왔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같이있는 시간을 기록하면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이 되더라고요.


사람들의 소중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주고

그 대가를 받아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지만.

저는 늘 이렇게 말하고 다닙니다.


"비싼 돈주고 웨딩사진 찍을 바에는 그냥 싸구려 카메라 하나 사서 유럽이든, 동남아든, 정 안되면 제주라도 같이 여행을 가세요. 그리고 되지 않는 실력이라도 삼각대 세워놓고 사진찍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오세요. 저는 그게 낫다고 봐요."


비싼 조명아래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서 얻은, 

남들 다 하나쯤 가진 그런 사진 보다는,

볼품없고 추하게 나와도 둘만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훨씬 더 가치있다고 보거든요 저는.


그래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당신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자꾸만 카메라를 꺼내드는 사람을 만나세요.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좋은 시간을 자꾸만 기록하는 사람은

함께여서 힘든날에도 분명 그 사진을 꺼내보며

잠깐 잊고 있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될테니까요.


당신보다 더 오래 '우리'를 기억할테니까요.


.

.

.

.

.

.


대중교통으로는 찾아가기 힘든 부암동,

그래서 주말에도 조용한 것이 매력적인 그곳에서

테이블이 두개밖에 없는,

사장님이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으며

감탄하고 또 감탄했던 그 날.


들깨 버섯 덮밥과 스테이크를 깨끗이 비우고도,

갓 구운 빵을 사들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던 당신의 얼굴을,

밤에 걸었던 청계천 야경의 아름다움을,

기록된 당신은 어쩌면 잊었을지도 모르지요.

기록한 나는 3년 전 일을 3일 전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지만.


_

2016년 2월, 부암동 데미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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