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사진으로 가치있는 시간을 기록해보려 노력하며 살아왔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같이있는 시간을 기록하면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이 되더라고요.
사람들의 소중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주고
그 대가를 받아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지만.
저는 늘 이렇게 말하고 다닙니다.
"비싼 돈주고 웨딩사진 찍을 바에는 그냥 싸구려 카메라 하나 사서 유럽이든, 동남아든, 정 안되면 제주라도 같이 여행을 가세요. 그리고 되지 않는 실력이라도 삼각대 세워놓고 사진찍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오세요. 저는 그게 낫다고 봐요."
비싼 조명아래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서 얻은,
남들 다 하나쯤 가진 그런 사진 보다는,
볼품없고 추하게 나와도 둘만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훨씬 더 가치있다고 보거든요 저는.
그래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당신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자꾸만 카메라를 꺼내드는 사람을 만나세요.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좋은 시간을 자꾸만 기록하는 사람은
함께여서 힘든날에도 분명 그 사진을 꺼내보며
잠깐 잊고 있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될테니까요.
당신보다 더 오래 '우리'를 기억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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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으로는 찾아가기 힘든 부암동,
그래서 주말에도 조용한 것이 매력적인 그곳에서
테이블이 두개밖에 없는,
사장님이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으며
감탄하고 또 감탄했던 그 날.
들깨 버섯 덮밥과 스테이크를 깨끗이 비우고도,
갓 구운 빵을 사들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던 당신의 얼굴을,
밤에 걸었던 청계천 야경의 아름다움을,
기록된 당신은 어쩌면 잊었을지도 모르지요.
기록한 나는 3년 전 일을 3일 전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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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부암동 데미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