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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OB May 10. 2019

네가 떠나기 전엔 토마토가 붉게 읽을까?

D-5


"네가 떠나기 전엔 토마토가 붉게 읽을까?"


손바닥 만한 애기 토마토 한 그루를 보면서

요즘 엄마가 자주 내뱉으시는 말이다.


빨래감을 세탁기에 넣으러 갈 때에도

냉장고를 열고 물을 한 잔 마실 때에도

엄마는 자꾸 그 놈의 토마토 타령이시다.


"백원짜리만한 토마토 몇 개를 누구 코에 붙이게요."


그 때 마다 퉁명스럽게 대답하지만

나는 안다. 그게 엄마 방식의 표현이라는걸.


안가면 안되겠냐고,

보고싶을거라고

아프지말고 잘 다녀오라고.

하는 말들이 다 그 안에 들어있다는 걸.


6년 전, 대학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호주로 떠나던 전날 밤.

"엄마 나 이제 가면 한 동안 못보는데 보고싶어서 어떡해?" 라고 했더니,

"네 까짓거 없으면 그만이지 보고싶긴 뭐가 보고싶어." 당차게 말씀하셔 놓고는

다음날 아침 아이처럼 우셨던 엄마.


3년 전, 다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할 때에도 아무렇지 않은척 하시다가

훈련소 교관의 '1분 남았습니다.' 소리에 또 펑펑 우셨던 엄마.


나는 안다.

엄마는 토마토가 붉게 물들어가는걸 보면서

하나 뿐인 늦둥이 아들과 또 다시 작별하기까지

남은 날을 세고 계신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은척 하시다가도

닷새 뒤 현관을 나설 때

또 아이처럼 펑펑 우실것을.


그래서 나는 자꾸만 그놈의 토마토가 익어가는게

못마땅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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