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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팕 Mar 30. 2023

‘아장아장’에서 ‘보무당당’으로

세 번째 카피라이팅 일이 생겼다. 에리카피로는 두 번째. 어중간하고 경력 없는 프리랜서로도 어드렇게든 이차저차 이짝저짝 연명이 되어가는 것이 신기하다. 요즘 하는 일들을 종합하면 에디터이기도 하고 카피라이터이기도 하고. 심지어 포토도 하고. 뭐 다 한다. 진짜 시켜주면 이짝저짝 으쌰으쌰 하는 조동은 짤이 영락없는 요즘이다.



16년 전에 싸이월드 게시판에 피쳐에디터가 되고 싶다고 스크랩해놓은 기사가 있었고, 사진첩에는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은 열망을 드글드글 모아놨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 16년 전 꿈을 이렇게 희미하고 아득하게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패턴대로라면 마흔에는 인지언어학자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어둠이 오는 건지 새벽이 오는 건지 모르겠는 그런 아득함이라 불안을 떨쳐낼 수는 없지만 앞은 보일 정도의 밝음이라 기어갈 수는 있다. 아장아장.


이왕이면 건당 400만 원 이상 버는 에디터, 건당 천만 원 이상 버는 카피라이터 뭐 그렇게 꿈을 꿀걸. 박연진의 푼돈도 안 되는 돈들을 티끌처럼 모아 모아 한 달 한 달 넘기고 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싶고. 엊그제 진팕모임 선생님들 앞에서 쫄보처럼 불안해하던 상황보다는 조금 밝아졌다. 올림픽 공원 앞 오피스텔의 월세 내고 생활비 버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두둔해 주셨던 수진 선생님의 덕담이 내내 귓가에 맴돈다. 아무래도 오늘 하늘에서 뚝하고 내려온 것 같은 새 일감은 선생님들의 가깝고 적극적인 응원의 기운 덕분인 것만 같다. 응원에는 정말 기가 있다. 아무래도 나한테 신은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 같어.


그렇게 전에 봤을 때보다 조금 더 나은 상황, 조금 더 나은 날들을 만드는 것으로도 지금의 일상은 ‘희망’ 같은 단어를 포개고 있다.


내년에는 오늘을 아장아장 구여웠던 나날로 추억하며 보무당당하게 걷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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