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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경희 Jul 07. 2018

오늘도 어설프게 착해서 힘들다

뫼비우스의 띠 위의 감정들

어설프게 착한 마음을 갖고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나는 까칠하고, 예민하지만, 속마음이 모질지 못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단해 보이고 상처 하나 안 받을 것 같지만, 속으로는 정도 많고 유리알처럼 연약한 마음을 갖고 있어서 상처가 많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구나, 싶을 때가 많아진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용서하고 살만큼 아량이 넓지도 못하다.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를 어설프게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마음 속에 미워하는 사람을 품고 사는 것이 괴롭다. 살다 보면 서로에게 실수도 하고 용서도 하면서 사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그렇지만 종종 누군가가 나에게 용서하기 힘든, 참기 힘든 잘못을 저지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 사람이 미워지기 시작한다. 참을 수 없이 화가 나고, 복수라도 하고 싶고, 나에게 나쁜 마음을 갖게 한 상대방에게 따져 묻고 싶지만, 결국은 또 유약한 나의 마음 때문에 내가 하는 것이라고는 까칠하게 대하는 것이 전부다. 때로는 그조차도 마음이 불편하고, 내가 그 사람 때문에 더 부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나를 위해서라도 말끔히 용서해야지 싶다. 그런데 또 완벽한 성인군자는 못 되어서, 잊을만 하면 가슴 속 욱하는 불덩이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그렇게 또 화가 나고, 스스로를 갉아 먹는다. 그럼 난 또 어느 새 까칠한 사람이 되어 있다. 마음은 더 불편하다. 내 감정 순환의 고리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누군가가 미워진다 -> 까칠하게 군다 -> 마음이 불편하다 -> 나를 위해서 용서하기로 마음 먹어 본다 -> 실패한다 -> 또 화가 난다 -> 더 까칠하게 군다 -> 마음이 점점 더 불편하다...


감정을 극복하지 못하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는 못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딱 하나. 내가 내 마음을 돌보며 살아야 한다는 것. 언젠가는 또 훌훌 털어 버릴 그 날을 생각하며, 나의 마음을 너무 몰아 붙이지는 말아야지.


나의 마음아,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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