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y of Tokyo as a museum for 10 days
(10일 동안 하나의 미술관이 된 도쿄)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 '디자인아트 도쿄(Designart Tokyo)'의 컨셉이다. 말 그대로 도쿄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이 되어 80여개의 전시가 동시에 열린다. 카페, 갤러리, 편집샵, 상점 등 도쿄에 있는 크고 작은 베뉴(venue)들이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전시된 제품들은 현장에서 구입도 가능하다. 여기까지도 충분히 대단하지만, 동시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10번 이상의 도쿄 여행이 늘 그랬듯,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줄 것만 같았던 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먼저 '디자인아트(Designart)'라는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디자인이면 디자인이고, 예술이면 예술이지, 디자인아트는 뭘까? 사실 디자인과 예술은 피자 조각 자르듯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다만 디자인은 실용적 기능이 부여될 때 가치를 인정 받고, 예술은 심미적인 창조물로 강렬한 감정을 끌어낼 때 주목을 받는다. 이런 두 단어를 합쳐 만들어진 디자인아트는 기능과 아름다움을 통해 마음을 움직이고 매일의 일상에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들을 재정의하는 신조어다. 최근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두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은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되었다. 디자인아트 도쿄는 이런 움직임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디자인아트라는 단어를 확산시킴으로써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디자인아트라는 신조어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이 된다는 컨셉을 살리기 위해 도시가 갖는 컨텍스트를 이해하고 전시하는 콘텐츠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정보의 이동과 확산이 빠르고, 특히 국제적인 도시인 도쿄는 글로벌 레벨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런 도쿄에서 전시를 하기에 앞서 단순히 심미적 아름다움이나 기능적 실용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움직임을 포착하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며 전시하는 콘텐츠에 대해 고민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디자인아트 도쿄 현장에 가면 이 기획이 '도쿄'라는 '도시'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디자인아트 도쿄를 즐기기 위해서는 주최측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지역 지도(Area map)'가 필요하다. 이 지도에는 디자인아트 도쿄에 참여하는 모든 장소들의 위치와 전시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다이칸야마, 시부야, 오모테산도 등 도쿄의 매력적인 지역들을 중심으로 포진해 있는 전시장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지도에는 80개 이상의 전시 장소뿐만 아니라 안도 다다오, 구마 겐고, 아오키 준, 클라인 다이섬 아키텍처 등이 설계한 도쿄의 건축 스팟들도 함께 표시되어 있다. 전시 장소들을 찾아 다니는 길목에 위치한 건축물들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선정된 건축물들은 브랜드 플래그십 매장, 대사관, 미술관, 주상 복합 등으로 활용되는 건물들이다. 숨어 있어서 안 보였던 건물들이 아니라, 몰라서 안 보였던 건물들이다.
이 지도를 더욱 유용하게 만들어 주는 건 '온 더 트립(On the Trip)'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이 어플리케이션에는 전시 장소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는 물론, 각 장소에서 진행되는 전시의 의미나 각 작품에 대한 설명이 텍스트와 오디오로 제공된다. 개인이 정한 루트대로 친절한 도슨트가 따라다니는 셈이다. 유료이긴 하지만 커피 한 잔 값(4,900원)으로 나만의 전시 루트가 더욱 풍성해지니 다운받지 않는 사람이 손해다. 어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작가의 기획 의도, 작품의 배경 등에 대한 설명은 디자인아트 도쿄를 관람하는 관점에 깊이를 더한다.
디자인아트 도쿄에 참여하는 장소 앞에 가면 디자인아트를 상징하는 로고가 깃발, 간판 등의 형태로 표시되어 있다. 앞서 언급했듯 전시 장소들이 영업을 하는 상업시설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 로고는 기존의 인터페이스를 해치지 않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보고자 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은밀한 표시 같기도 하다. 디자인아트 도쿄를 둘러 보았던 2일 간의 일정은 어깨와 다리에 진한 피로를 남겼지만, 머리와 가슴에 짙은 울림도 남겼다.
디자인아트 도쿄의 특징 중 하나는 전시가 진행되는 장소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전시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치 원래 그 곳에 있던 오브제인듯, 전시와 장소 간의 위화감이 전혀 없다. 오히려 전시와 장소 또는 브랜드 간의 시너지로 전자의 기획의도와 후자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빛내준다.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의미를 더한다는 것, 콘텐츠가 가진 힘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는 계기였다.
디자인아트 도쿄 관람 후기는 총 4편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전체적인 기획에 대한 설명을 담은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장소의 특수성에 힘입은 전시들, 3편에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전시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마지막화에는 1,2,3편에 담지 못한 아이디어 조각들과 전체적인 소회를 기록할 것이다.
디자인아트 도쿄2018 #2. 장소가 빛낸 기획의도 http://bagtothefuture.co/designarttokyo2018-2/
디자인아트 도쿄2018 #3. 전시가 빛낸 브랜드 정체성 http://bagtothefuture.co/designarttokyo2018-3/
디자인아트 도쿄2018 #4. 여행을 빛낸 전시의 기록 http://bagtothefuture.co/designarttokyo20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