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만큼 친해진다.
누군가와 친해지는 방법 중에 먹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물론 자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딸아이가 외동딸로 태어나 교우관계가 좋다고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데는 먹는 것으로 다져진 나와의 끈끈한 관계 때문이다.
딸아이는 아무리 맛있는 것도 나와 먹을 땐 정확히 반을 나눈다.
대신 선물이나 사 온 음식은 받거나 다녀온 사람이 좀 더 먹는 것으로 암묵적 동의가 되어있다.
그래서 치킨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인터넷 게임에 빠져있다가도 “KFC에 갔다 올게. 컴퓨터 하고 있어."라고 하면 게임도 마다하고 따라나선다. 그래야 공평하게 반반씩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은 푸딩을 먹다가 “아빠도 좀 줘.” 했더니, 자기 딴엔 못 먹게 하려고 먹던 푸딩을 뱉은 적이 있다.
그래도 태연하게 "괜찮아~"하며 싹 다 먹어버렸더니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오늘 아침엔 식탁 위에 놓인 이상한 불량식품을 보고 "재이야. 이거 아빠가 다 먹는다." 했더니, "아빠. 그거 다 먹지 말고 조금만 먹어!"라고 하기에,
내 딴엔 못 먹게 하려고 그러나 보다 하고 날름 하나를 통째로 삼켰더니, 으으으 새콤달콤 100배 넘는 신맛이다!
그런 내 표정을 보는 딸아이는 "내가 다 먹지 말라 했지!"라며 안쓰럽게 혀를 끌끌 차며 등교를 했다.
그래도 아직 세상엔 먹어본 것보단 못 먹어본 게 이만큼 많으니,
그만큼 우리도 친할 기회가 더 많다.
20140410(8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