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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환 Dec 28. 2016

미디어오늘 1081호.

“좌파성향 언론사” 문체부 블랙리스트 파문.

안녕하세요. 정부 지정 ‘좌파성향 언론사’ 미디어오늘 송년호를 들고 왔습니다. 12월28일 아침에 발행될 1081호입니다.

1. 문화체육관광부의 언론사 블랙리스트가 공개됐습니다. 경향신문과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한겨레, 한국일보 등 7개 언론사를 “좌파성향 언론사”로 규정해 놨군요. 언론재단 지원 현황을 조사한 문건인데 ‘좌파성향’이란 딱지를 붙여놓은 걸 보면 이런 언론사들 다음부터는 지원하지 말라는 의도로 작성한 가이드라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언론재단에서는 진보성향 언론사 기자들을 강사나 기고자로 섭외하지 말라는 압력이 있었다는 게 여러 경로로 확인됩니다.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은 작성자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군요. 장슬기 기자의 기사입니다.



2. 수많은 특종 보도가 쏟아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KBS와 MBC, 그리고 연합뉴스, 이른바 공영 언론만 경쟁에서 발을 빼고 있었죠. 기자들도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연합뉴스 기자들이 성명을 냈습는데요. “‘국가기관’ 통신이라는 치욕으로 고개 들 수 없다”고 합니다. 뒤늦게 드러난 이 회사 상황은 정말 참담하군요. ‘국정교과서’를 ‘단일교과서’로 쓰라고 하고 삼성 기사는 두 단계 톤 다운됐고요. 영문 기사는 ‘우리나라에 좋은 것만 쓰라’는 편집방향이 내려왔다고 합니다. 뉴스 통신의 특성상 관점을 배제하고 객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는 하지만 최순실 공소장이 검찰의 일방적 주장이라거나 이명박 정부도 프로포폴을 구입했다는 등의 물타기 기사가 계속됐습니다. “분노했지만 끝까지 싸우지 못했다”는 성명이 나온 건 늦게나마 다행인데요. 박노황 사장이 “정부 지원 받지 말고 월급 반으로 깎고 공정보도하든지 하라”고 했다는 걸 보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도연 기자가 노조 지부장 출신 김태식 해직기자를 만났습니다. “연합뉴스는 침묵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공작 도구’로서 활용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청와대가 국정농단 사태를 덮는 데 연합뉴스가 기여한 것이다. 특히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을 날릴 때 청와대 창구를 자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나와서 보면 더 잘 보일 때가 있죠. 김 기자는 한 마디로 핵심을 짚었습니다. “국가기간 통신사의 ‘국가’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다.”



3. 미디어오늘이 꼽은 10대 뉴스, 이런 건 촌스러워서 안 하려고 했습니다만 올해는 특히 언론이 뉴스의 중심에 서는 일이 많았습니다. 정철운 기자가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보도를 집계해 봤더니 JTBC가 거의 상을 휩쓸다시피 했군요. 김언경 사무처장 말로는 너무 자주 받아서 일부러 배제할 때도 있었다고 하고요. 12번 중에 10번을 JTBC가 받았고 2번은 수상작이 없었습니다. 올해의 가장 나쁜 보도는 MBC의 ‘세월호 특조위 폄훼’였습니다. 하는 김에 미디어오늘 기사 조회수 톱 100도 뽑아봤습니다. 미디어오늘 창간 이래 22년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는 문형구 기자가 쓴 “[단독] 세월호에 제주 해군기지 가는 철근 400톤 실렸다”는 기사였습니다.

4. OBS가 방송 중단 직전까지 갔다가 일단 살아났습니다. 2013년에 이미 조건부 재허가를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죠. 방통위가 “재허가 거부해야 마땅하지만”이라면서 이번에는 1년 시한부 재허가를 내줬습니다. “내년까지 30억원을 증자하지 못하면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건데요. 과거 iTV의 악몽도 떠오르는데요. OBS 누가 보나 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우리가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지역 민방들이 SBS 네트워크에 들어가 대부분 SBS 콘텐츠를 재송신하고 있는 것과 달리 OBS는 100% 자체 콘텐츠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OBS의 경영 부진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과 종합편성채널 출범, 그리고 방통위의 차별 때문이라는 게 OBS를 아끼는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장슬기 기자가 유진영 OBS 노조 지부장을 만났습니다.

“후배들은 힘들 때 마다 많이 나가지만 이제 우린 억울해서 못나간다. 새 방송을 탄생시켰고, 역사를 만들어 낸 것에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다. 후배들은 힘든 상황만 겪었다. 회사가 살아나면 후배들이 지역방송의 주체로 꿈을 실현해야 하는데 안타깝다.”

5. 금준경 기자는 유진희 MCN협회 사무국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몇 가지 중요한 키워드가 있군요. 오리지널 콘텐츠와 커머스가 비즈니스 모델의 두 축이고요. 장르를 확대해야 수익모델이 확대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확실히 MCN도 중국이 큰 시장으로 자리잡았고요. 다만 규모의 경제를 이끄는 건 중국이지만 한국이 그 문을 여는 역할을 하게 될 거라는 분석도 흥미롭습니다. MCN의 TV 진출도 새해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경계가 모호하게 된다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이겠죠. MCN 규제 이슈도 본격화하겠군요.

6. 오래된 거짓말이죠. 4대강을 묻는다, 5편은 물그릇 논쟁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물그릇을 키우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게 저들의 논리였죠. 이상훈 교수는 한 마디로 반박합니다. 소주에 물 타먹으면 안 취하나? 결국 핵심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겁니다. 애초에 논쟁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죠. 녹조라떼의 원인은 긴 체류시간 때문입니다. 콜레스트롤 이론이란 것도 있었죠. 모래를 걷어내야 혈관이 깨끗해진다는 건데요. 오히려 모래가 여과지 역할을 하면서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입니다.

7. 이재용 게이트 집중분석. 이번에는 국면연금의 손실을 따져봤습니다. 홍순탁 회계사는 국민연금 손실의 6배를 이재용이 이익으로 챙겼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최대 3조원에 이르는군요. 국민연금 가입자 한 사람에 3만원꼴로 이재용에게 밀어준 셈이 됩니다. 이렇게 보면 큰 돈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고 실적을 축소 발표했고요. 삼성물산이 수주한 공사를 다른 계열사에 넘기기도 했습니다. 국민연금이 합병 찬반을 두고 자문을 받았는데 모두 반대 의견을 냈죠. 표결 방식도 바꾸고 삼성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결국 찬성 표를 던졌습니다. 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징역 10년 이상 또는 1만배의 벌금을 물리는 정경분리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3조원의 1만배면 3경원이군죠.

8. ‘탈시설’ 연속 기고도 미디어오늘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글입니다. 올해가 소록도 100주년이었죠. 한센병은 전염성이 매우 낮고 완치 되면 전혀 감염 위험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외딴 섬에 평생 가둬두고 심지어 강제 불임시술까지 시켰죠. ‘소록도 병원 100년사’를 쓴 김재형님은 “이들이 위험하다는 생각과 이들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인도주의가 결합해 시설의 탄생과 유지의 두 축으로 작동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우생사상이 자리잡고 있다는 겁니다. 소록도하면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수녀님들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선의로 시설의 폭력을 감출 수 없다는 게 김재형님의 지적입니다. 소록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많은 시설이 그렇게 운영되고 있죠.

9. 미디어오늘에서 2개월 과정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 대학생 명예기자 김준호 기자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박사모 버스에 타고 탄핵찬성 집회를 잠입 취재했습니다. 어딘가 안쓰럽고 애잔하기도 합니다. “태극기를 드니 3·1운동에 나간 조상들의 모습이 우리 모습 같다”는 한 참가자의 말은 단순히 이들을 꼴통 보수라고 매도하기에는 인식의 틀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도 들고요. 태블릿PC는 조작됐고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확신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젊은 친구가 와준 것만 해도 고맙다”며 회비를 받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박사모 카페에서 이 글을 소개하면서 “좌빨 언론 치고는 비교적 공정하게 썼다”고 평가했군요.

10. 그밖의 기사들.

KBS 기자들이 성명을 냈는데 “수신료를 JTBC 주자 해도 할 말이 없다”고 했군요. 반성은 계속되는데 변화는 없는 걸 보면 답답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 와중에 KBS 사장은 송년모임에서 “포퓰리즘 때문에 일시적으로 추락했던 시청률이 돌아왔다”고 자랑을 했군요.

방송통신 업계 최대 현안이었던 케이블 권역 폐지는 결국 무기한 유보됐습니다. 이게 돼야 케이블 구조조정이 이뤄질 텐데 통신사들은 입이 나왔겠군요.

MBC 김세의 기자의 리포트 조작 의혹, 감사국이 해괴한 결과를 내놨습니다. 목소리가 같은 사람인 건 맞는데 김 기자가 인터뷰한 건 다른 사람이라는 건데요. 여러분 이게 이해가 되십니까. MBC가 계속해서 김 기자를 감싸고 도는 것도 놀랍습니다.

울산MBC 사장의 부정청탁 사건도 있었죠. 본사 안광한 사장 등이 연루돼 있고요. 그런데 감사국이 조사를 하던 도중 감사국 직원이 물갈이 됐습니다. 비리가 드러나는 걸 막으려고 감사실을 초토화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아, 참고로 1면 사진은 어제 검찰에 출석한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입니다.


다음 주 신년호에서 더 좋은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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