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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an 25. 2024

내가 꿈을 꾸나 봐

모든 것이 사라져 갈 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던 많은 일들이 하나하나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걸 보고 있었어. 마지막 잡고 있던 그 끈을 놓으면 이제 나마저도 아래로 떨어질 텐데 괜찮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내가 걸어온 길들이 사라지는 게 보이는 거야.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시간들이. 그걸 보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

내가 꿈을 꾸나 봐. 모든 것이 사라져 가는 꿈. 누군가 그동안 네 삶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조롱하는 것 같은 마음에 정신이 들었어. 너도 알지? 내가 얼마나 사랑이고 싶어 했는지?


널 보는 나의 시선, 사랑인가?


내 눈에 항상 네가 빛나는 건

내 눈의 조명 때문일 거야


네가 조금 추워 보이고

슬퍼 보이는 것도

너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는

사랑 때문이겠지?


언젠가 내 눈의 조명이 꺼지고

마음의 눈이 사라지면

넌 나를 볼 수 없을 거야

그건 내가 아니니까




너에게 영롱한 빛을 부어주고 싶은 건

욕심일지도 몰라

있는 모습 그대로가 너인데


너에게 다른 모습을 원하는 건 아니야

난 단지 너의 배경을 바꿔주고 싶어

네가 있는 모습 그대로 빛나도록




금빛, 은빛 햇살이 아니라

푸른빛 햇살이 느껴져도

그건 를 향한

또 다른 사랑


맞아서 멍이 든 것처럼

마음이 아프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흘러도


너무 맑아 시린 푸른빛이

너의 마음을 비추면

오롯이 가 남을 테니까

너무나 소중한




난 어제, 오래전 일로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었어. 그게 정말 사랑일까에 대해. 그 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으니까.

그런데 오늘 아침  도스토옙스키가 생각났어. 죄와 인간 본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그가. 죄와 벌에 나오는 소냐를 통해,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나오는 알료샤를 통해, 죄인이라고 이름 붙여진 사람의 성장과 그런 사람들을 통한 타인의 회복을 말해주던 그가. 나도, 그 누군가도, 어쩌면 우리 모두는 소냐고 알료샤일 거야. 

아~ 책을 읽은 건 아니고 요즘 그에 대한 인문학 강의를 찾아 듣고 있었어. 양파 한뿌리 이야기도 나와. 사악한 여인이 선행이라고는 양파 한뿌리 거지에게 준 게 전부인데 그나마 그걸로 지옥에서 건져주려니까 따라 나오려는 사람들 발로 차며, 내 양파라고 외쳐서 도로 떨어졌다는 이야기.


난 그때 어떻게 했을까? 양파 한뿌리를 잡고 올라가면서 같이 올라가자고 할 수 있었을까?

미리 잘 생각해두지 않으면 난 그 사람처럼 했을 거야.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양파 한뿌리가 몸무게를 지탱할 없음에도 올라간다면 그건 상식과 판단은 필요 없다는 얘기지. 여러 사람도 올릴 수 있을 거야. 다른 사람보다 나아야 하는 게 아니고 내가 그곳을 벗어나는 게 중요하고 더 많은 사람이 벗어날 수 있는 게 중요하니까 그런 순간이 온다면 가만히 있을 거야. 함께 올라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래서 난 가만있으려고. 나와 그의 회복을 기도하면서.


그 누군가 말고도, 요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애쓴 모든 것이 어긋난 느낌이었어. 허무함에 무너졌다고 할까? 오늘 도스토옙스키를 생각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서도 조금은 정리가 됐어.

어제 유퀴즈에 나오셨던 정신신경과 신영철 교수님 이야기도 도움이 됐고. 환자들의 재발에 무너지면 안 된다고. 재발을 당연시하셔서 맷집이 강하다고. 정말 죽을 만큼 힘들 때, 다시 일어나는 힘은 시간의 힘과 긍정적인 감정 기억의 힘이라고.


그걸 들으면서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어. 잠깐이라도 바라보고 웃고 행복하자고 했던 내 말 기억나지? 난 다시 힘을 내서 웃고 사랑할 거야. 다시 허무함에 무너지더라도. 그러면서 조금씩 더 깊은 사랑을 배워갈 거야.


내 안의 분홍빛이 옅어지고 창밖의 금빛이 푸른빛이 되어도 두려워하지 마. 조명은 다시 바뀔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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