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소셜마케팅코리아블로그 - https://bit.ly/남자들의_프사를_바꿔보자
"아빠는 왜 늘 등산복만 입을까. 아빠만의 스타일은 없을까?"
《THE NEW GREY》 의 편집장을 맡고 있던 여대륜 씨는 사진에 담긴 아빠의 패션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그는 이런 의문을 가지고 20여 명의 중년 아저씨를 무작위로 만났다. 그들의 이미지에 맞는 패션을 제안하고 옷을 입힌 후 사진을 찍고 그들의 이야기를 잡지에 담았다. 반응은 놀라웠다. 겨우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패션 스타일 하나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고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아빠들의 SNS 프사에 올렸다. 가족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먼저 열광했다. 이 프로젝트를 제안한 남성 패션 에이전시 ‘헬로우젠틀’은 바로 여대륜씨가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2014년 문을 연 이곳은 중년 남성을 위한 패션 코디를 제안하고 중년 패션 리더를 키우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투자도 받고 사업을 키웠지만, 경험 부족으로 결국 2017년 10월 아쉽게도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여대륜 씨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8년 가을, 이들의 프로젝트는 '우리 아빠 프사 바꾸기'란 이름으로 다시 이어졌다. 중년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했다. '아빠'를 강조해 자녀들이 자발적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패션 스냅과 프로필 촬영을 해주는 ‘before & after’가 주요한 컨셉이었다. 상·하의, 신발, 재킷을 포함한 옷 세트와 뉴 그레이 화보집을 선물하는 데 드는 비용은 총 19만 9,000원 정도, 오랜 준비 끝에 선을 보인 이 프로젝트는 펀딩 개시 15분에 마감되는 기염을 토했다. 추가 신청이 이어졌다. 총 8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모였다. 2019년에 진행한 두 번째 리워드가 진행되었다. 역시 20분 만에 100%를 달성했다. 그저 옷을 바꿔 입혔을 뿐인 프로젝트였지만 중년 남자들의 이같은 변신은 인터넷 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바이럴 되기 시작했다. 배 나오고 머리숱 없는 아빠들의 변신에 다양한 스토리가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남자들에게도 '멋'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세상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은 남자들의 화장이 크게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른바 Z세대 있어 화장은 결코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유튜브에는 여자들 못지않은 화장 실력을 뽐내는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남자들에게 화장은 넘지 못할 장벽 중 하나다. 이것은 중년 남자들에게만 국한된 편견은 아닐 것이다. 만약에 남자들이 모인 곳에서 누군가 화장을 고친다면 이상한 눈초리는 기본이요, 뒤통수를 맞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남성 화장품 DTRT는 이와 같은 상황을 광고에 녹여냈다. 립밤을 바르는 남자를 바라보며 주변에 있던 다른 남자들이 핀잔 어린 한마디를 던진다. 그런다고 여자친구가 ‘짠’ 하고 나타나기라도 하냐며 빈정거리던 그들 앞에 미모의 여성이 나타난다. 보습과 발색이 가능한 립밤을 바른 남자에게 여자가 뭐 바르기라도 했냐며 묻는다. 남자는 무심하게 아니라고 답한다. 변화가 필요하지만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남자들의 '치트키'로 제품의 필요를 강조한 것이다. 이 광고는 많은 공감과 호응을 끌어내며 남자 화장의 시작을 시장에 알리고 있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꼼짝도 하지 않을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우리 아빠 프사 바꾸기' 프로젝트는 그들 자신들 뿐 아니라 가족과 지인들의 편견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이들의 ‘before & after’ 사진은 공감과 응원을 끌어내며 여러 SNS를 한동안 뜨겁게 달구었다. 이들을 대표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27년간 순댓국집을 하던 64세의 김칠두 할아버지는 뒤늦게 패션모델이 되어 런웨이를 걷는 중이다. 남자들의 변신이 무죄를 넘어 자랑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 것일까? 남자들의 패션, 남자들의 화장은 단순히 '멋'을 부리는 것에서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고 자존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DTRT의 광고는 이같은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연애를 넘어 자신의 일에 성공한 중년의 남자들이 찾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젖힐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소셜 마케터들도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수컷들의 욕망을 읽어야 한다. 어떤 동물이든 수컷이 화려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 시장은 이제 겨우 첫발을 떼었을 뿐이다.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는 이제 마케터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