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뚝배기 안에서 오래도록 끓던 된장국, 환기 시킨다고 조금 서늘한 온도에서 먹던 생선구이, 깨를 솔솔 뿌려 내어 주시던 제철 나물무침, 내 최애 반찬이던 잡채, 중딩 입맛에는 최고였던 소세지 볶음, 진미채, 네모낳고 커다란 김에 직접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쳐 가위로 그때 그때 잘라먹었던 김... 그리고 명절이 지나면 동그랑땡 등의 전이 무작위로 들어가 있는 정체모를 잡탕 찌개... :) 아빠가 좋아하시는 고기를 먹을 때면 조그마한 식탁이 부러져라 이것저것 가득하던 우리집 밥상.
사실 우리 엄마가 요리를 못한다는걸 결혼을 하고 알게 된 후에도 엄마가 차려준 식탁 앞에 앉았을 때의 안도감과 편안함, 그리고 내 입맛에 잘 맞는 간간함이 무진장 그리울 때가 있다. 나의 가정이 생긴 후로 가족들의 밥상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에 또다시 회피를 선택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며, 엄마 역시 워킹맘으로 힘들었을텐데 식탁에서조차 최선을 다했던 것이 바로 사랑이었으리라, 감사함을 느껴본다.
그것은 월등한 뛰어남으로 나를 주눅들게 만들려는 것도 아니고,
대충대충 '상 차림'이란 태스크를 쳐 내며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려는 것도 아닌,
그저 사랑이었다.
그렇기에 삶이 고달플때, 무진장-,
무진장- 그리워 지는 것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