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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선장수 Sep 28. 2018

암수전쟁의 결말

리처드 도킨스 : 이기적 유전자 03

수컷과 암컷의 짝짓기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연구하기 위하여 몇 가지 가정을 하고 그러한 전략이 현재까지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를 살펴보자. 여기서 전략이란 말은 맹목적이고 무의식적인 유전자적 행동프로그램을 말한다.


암컷의 두 전략은 '조신형'과 '경솔형'으로, 수컷의 두 전략은 '성실형'과 '바람둥이형'이라 부르기로 정하자. 네 유형의 행동 규율은 다음과 같다.


조신형 암컷은 수컷이 수 주간에 걸친 길고 힘든 구애를 거치지 않으면 수컷과 교미하지 않는다. 경솔형 암컷은 누구와도 즉시 교미한다. 성실형 수컷은 장기간 구애를 지속할 인내력이 있고 교미 후에도 암컷 곁에 머물러 양육을 돕는다. 바람둥이형 수컷은 암컷이 즉시 교미에 응하지 않으면 곧바로 다른 암컷을 찾아갈뿐더러, 교미가 끝나면 암컷 곁에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암컷을 찾아 사라진다.


이 네 가지 전략이 진화론적으로 어떻게 선택되어지는 지를 알기 위해서 수컷과 암컷의 교미와 자식을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각각의 개체가 얻는 이익과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자식이 무사히 컷을 때 부모가 얻는 유전적 성공을 이득으로 보고, 자식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각종 투자를 비용으로 봐야 한다, 여기에 추가로 긴 구애에 소요된 시간의 투자도 약간 고려하여야 한다. (원작에는 이러한 이득과 비용에 대하여 수치를 부여하여 산출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요약이니 고려하는 것으로만 정리함)


우선 조신형 암컷과 성실형 수컷으로만 구성된 개체군에서 시작해 보자. 이 개체군은 이상적인 일부일처제 사회가 된다. 하나의 자식을 키우는데 암수는 서로 같은 이득을 얻고, 양육의 비용 또한 같이 부담한다. 긴 구애에 소요된 시간비용 또한 암수에게 부담된다. 그러면 암수 모두에게 평균 이득은 동일하게 돌아간다.


이때 이 개체군에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경솔형 암컷이 나타났다고 해보자. 이 경솔형 암컷은 긴 구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조신형 암컷에 비해 평균 이득이 높아진다. 개체군 내의 수컷은 모두 성실형 수컷이므로 자신이 경솔형 전략을 쓴다 하여도 수컷은 도망가지 않은 좋은 아비가 된다. 결국 경솔형 암컷은 조신형 암컷보다 진화적으로 유리하여 개체 군내에서 퍼지기 시작하고, 조신형 암컷은 자연적으로 도태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수컷 측에도 변화가 발생한다. 지금까지 성실형 수컷의 독무대였으나, 돌연변이로 바랑둥이형 수컷이 등장하게 된다. 바람둥이형 수컷은 자식을 부양하지 않고 도망가 버리므로 자식 양육에 대한 비용을 세이브할 수 있다. 당연히 성실형 수컷에 비해 바람둥이형 수컷의 평균 이득이 훨씬 높아진다. 또한 개체 군내에 이미 암컷은 조신형 보다 경솔형 암컷이 대다수이므로 바람둥이형 수컷은 긴 구애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암컷과 교미를 할 수 있다. 물론 불운한 암컷은 홀로 자식을 키워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바람둥이형 수컷이 진화적 선택으로 개체 군내에서 크게 확대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제는 경솔형 암컷은 극단적인 위험에 처하게 된다. 성실형 수컷이 대부분을 차지할 때는 경솔형 암컷이 조신형 보다 성적이 좋겠지만, (모두 성실하니 간보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바람둥이형 수컷의 독무대가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경솔형 암컷은 치명적인 문제에 빠지게 된다. 모든 수컷이 다 도망가 버리니 혼자 자식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솔형 암컷은 다시 도태되고, 조신형 암컷의 개체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사이클을 좀 더 돌려보자. 조신형 암컷의 개체가 늘어나면 이제는 바람둥이형 수컷이 낭패를 맞이하게 된다. 암컷이란 암컷은 모두 장시간의 구애를 요구하는데, 바람둥이형 수컷은 이러한 비용을 치르질 못하기 때문에 그들은 결국 교미를 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바람둥이형 수컷의 개체가 줄어들고 성실형 수컷이 다시 득세하게 된다.


이렇게 계속 분석을 하게 되면 끝없이 변동을 반복하는 것처럼 설명되지만, 실제로 이러한 변동은 하나의 안정 상태로 수렴하게 되어 있다.


수리적으로 계산을 해 보면 암컷의 5/6가 조신형, 수컷의 5/8이 성실형으로 된 개체군이 진화적으로 안정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개개의 수컷이 살아가는 동안 5/8시간을 성실형으로 3/8시간을 바람둥이형으로 지내고, 개개의 암컷도 5/6시간을 조신형으로 1/6시간을 경솔형으로 지낸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인 유전자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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