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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선장수 Oct 03. 2018

행복 : 사람쟁이 성격

서은국, 행복의 기원 04

우리 눈에는 내면의 성격보다는 바깥세상의 것들이 훨씬 잘 보인다. 가령 차에서 내리는 사람의 성격은 보이지 않아도, 그가 어떤 차에서 내렸는지는 알 수 있다. 그래서 그가 행복해 보이면 고급 차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가 진정 행복하다면, 원인은 그의 차가 아니라 그의 성격일 확률이 훨씬 높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웃을 사람이다.


오랫동안 행복을 연구한 석학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행복에 절대적으로 미치는 요인에 대해 물어보면 그 대답은 비슷할 것이다.  "유전,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


학계의 정설 중 일반인에게 가장 덜 알려진 사실이 바로 행복과 유전의 관계다. "행복해지려는 노력은 키가 커지려는 노력만큼 덧없다"(Lykken & Tellegen 1996)라는 말은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행복과 유전의 관계를 한마디로 압축한 말이다. 물론 DNA가 행복을 완전히 결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학자에 따라 다소 의견이 다른 통계적 수치이지만, 학계의 통상적인 견해는 행복 개인차의 약 50%가 유전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일란성 쌍둥이의 유전적 유사성은 100%이다. 간혹 생후 각자 다른 부모에게 입양돼 자라는 경우가 있다. 학자들에게는 연구 가치가 높은 케이스다. 그중 유명한 사례가 제임스 1과 제임스 2 쌍둥이다. 이 둘은 생후 3주 만에 다른 가정으로 입양돼 30년을 넘게 따로 살았다.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며 평생을 살았던 두 사람의 유사성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이혼한 전처의 이름(린다)부터 아들의 이름(앨런), 반려견의 이름(토이), 직업(보안관), 가장 싫어하는 스포츠(야구), 좋아하는 맥주(밀러)와 가장 자구 가는 휴가지(플로리다 주의 특정 해변)까지 완벽히 일치했다. 이런 일란성 쌍둥이의 행복지수는 어떨까? 물론 매우 비슷하다.


우리는 양쪽 부모에게 받은 유전자 조합에 의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기질이라는 원석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구체적인 모양을 잡아가는데, 이것이 성격 특질이다. 가장 중요한 성격 특질 5가지(외향성, 신경증, 성실성, 개방성, 원만성) 중에서 행복과 관련된 관심사는 외향성이다.


30년 전 성격 연구 과정에서 외향적인 사람들이 유난히 행복하다는 사실을 '실수'로 발견하게 되었다. 외향성이 높은 사람의 특성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는 사람을 찾고, 그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자극을 추구하고, 자기 확신이 높고, 처벌을 피하는 것보다는 보상이나 즐거움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둔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타인을 찾는 본질적인 이유가 자극 추구하는 흥미로운 설명도 있다.(사실 사람만큼 '자극적인 자극'도 없다)




한 연구에서 행복지수가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들과 하위 10%에 속하는 사람들을 비교해 보았다. 연구자들이 수많은 변인을 측정했지만 그룹 간 차이는 없었다. 가령 얼마나 돈이 많다고 생각하는지, 외모, 학점, 심지어 얼마나 많은 긍정적 부정적 경험을 했는지에 대하여 차이가 없었다. 


두 그룹 간의 차이는 오직 두 가지 영역에서만 나타났다. 첫째, 성격. 행복한 사람들은 월등히 더 외향적이고 정서적 안정성이 높았다. 둘째, 대인관계. 행복지수 상위 그룹의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의 빈도와 만족감이 월등히 높았다. 사실 이 두 가지 특징의 공통분모는 '사회성'이다. 


외향성을 과일에 비유한다면, 이 과일은 사회성이라는 즙을 듬뿍 머금고 있다. 외향성과 행복이 깊이 연관된 이유는 사회성이라는 즙 때문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타인과 같이 보내는 사회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그의 타고난 기질이 어떻든,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든,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루 중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대략 몇% 이고, 혼자 보내는 시간은 몇 % 입니까?"라는 질문에.

한국의 경우 행복한 사람들은 하루의 약 72%의 시간을 타인과 함께 보내지만, 불행한 사람들은 타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48%)보다 혼자 있는 시간(52%)이 조금 더 많다. 미국의 경우, 행복한 사람들은 혼자 있는 시간보다 사회적 시간이 약 2배 많지만(함께 65%, 혼자 35%), 불행한 사람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2배 이상 많다(함께 32%, 혼자 68%) 호모 사피엔스의 행복 전구는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훨씬 자주 켜진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추가할 수 있다. 선천적으로 내향적인 사람도 타인과 함께할 때 더 행복할까? 연구결과 내향적인 사람들도 혼자일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더 높은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왜 타인과 어울리지 않으려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싫어서가 아니라 불편해서 이다. 사람은 즐거움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때론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비유가 좋을 것이다. 외향적인 사람이든 내향적인 사람이든 오르고 싶어 하는 산은 똑같다. 사람들이 즐겁게 모여 있는 산의 정상. 이 둘의 차이는 얼마나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오르느냐이다. 외향적인 사람의 가방은 가볍지만, 내향적인 사람의 가방은 어색함, 스트레스, 두려움 등으로 무겁다.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이 '가벼운 짐'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가지고 태어난 큰 유전적 특혜이다.




또 하나 행복한 사람들의 중요한 특성은 자신의 자원을 사람과 관련된 것에 많이 쓴다는 점이다. 행복한 이들은 공연이나 여행 같은 '경험'을 사기 위한 지출이 많고, 불행한 이들은 옷이나 가방 같은 '물질' 구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경험(여행)에 비해 물질(신상 백)에서 얻는 즐거움은 더 빨리 적응되어 사라지고, 타인과의 상대적 비교를 더 자주하게 된다(누군가 반드시 더 좋은 신상 백을 들고 다닌다). 이 때문에 행복과 관련해 볼 때 경험보다 물질 구매가 더욱 불리한 것이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돈을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쓸 때 더 행복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 연구에서 돈을 5달러 혹은 20달러를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마음대로 쓰라고 했다. 단, 한 조건에서는 이 돈을 스스로를 위해 쓰라고 했고, 다른 조건에서는 남을 위해 쓰도록 했다. 그날 저녁 행복감을 비교해 보면, 금액에 상관없이 남을 위해 돈을 쓴 그룹이 높다. 이 현상은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사회적 경험은 왜 이토록 중요한 행복의 조건일까? 

정리를 해보자. 인간은 동물이다. 쾌감 같은 긍정적인 정서의 기능은 동물이 가진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것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뇌는 마치 동전탐지기처럼 생존에 필요한 자원으로 우리를 유도하는데, 생존에 절대적인 자원일수록 그것에 근접할 때 신로(쾌감)가 강렬하게 울리는 것이다. 하지만 뇌는 우리의 행복에 일말의 관심도 없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찾도록 하기 위해 뇌는 설계되었을 뿐이다. 인간에게 그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사람'이다. 이렇게 보면 행복은 타인과 교류할 때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부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레바논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없다면 천국조차 갈 곳이 못 된다" 이 말을 꺼구로 생각해 보면, 무엇을 하며 어떤 모양의 인생을 살든, 사람으로 가득한 인생은 이미 반쯤 천국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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