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위해 행동하는 중국 젊은이들의 기록
책을 한 권 썼다. 2018년 3월부터 1년 동안 베이징에 머물면서 만나고, 보고, 느끼고, 겪은 이야기들을 기행문 형식을 빌어 쓴 책이다. 일종의 기행문 같은 책이고, 학술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 대륙에서 온 몸으로 부딪히며 저항한 젊은 활동가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전히 '사회주의'라는 이름의 포장지가 가득하지만, 자본의 탐욕으로 가득한 사회로 변모한 그곳에서 저항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고, 마음 속은 복잡하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쓰면서 마음이 많이 번잡했다.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한가하게 책이나 쓰고 있어도 되는 걸까 생각하다가도, 한편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이것말고 뭐가 또 있을까 싶기도 했다. 2018년 한 해가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이런 경험도 책이 될까, 정말 얇게 써야지 싶었는데 쓰고나니 아주 두꺼운 책이 됐다.
많은 사람들은 “착한 짱깨는 89년에 다 죽었다”고 쉽게 내뱉고, 중국에 대해 공포 혹은 무시로 일관한다. 오늘날 중국인에 대한 혐오는 여느 때보다 극심해졌다. 반대로 일부 좌파들은 과거의 시선으로 중국 사회를 판단하기도 한다. 과문한 내 생각에, 이런 편향으로는 중국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여러 측면의 이해가 필요할텐데 나는 그곳의 모순에 맞서 대담하게 살아가는 존경스러운 또래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곳 브런치에 쓴 글 두 편 정도도 이 책의 소스가 되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브런치에 기댄 책이기도 한 셈이다. 본래는 중국에서의 여정을 다양하게 모아 책으로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저항하는 청년들'의 이이갸에 집중하게 됐다. 완전하게 사적 기행문 같은 책보다는, 어떤 분야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껴서다.
내 친구는 이 책을 구매하고 바로 읽은 후 SNS에 이렇게 썼다.
"홍명교의 새 책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가 나왔습니다. 바로 주문해서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중국의 사회운동이 근래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생히 전달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무너짐의 과정에서도 주저앉거나 도망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려는 명교의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책이기도 하구요. 책을 읽다보면 제목이 좀 비관적으로 정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제목에서 드는 인상과 달리, 보다 어렵고 괴로운 조건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고 싸우는 중국 활동가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오히려 새로운 낙관의 에너지를 줍니다. 세상사가 다 한심하고, 답이 보이지 않고, 그냥 다 잊어버리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책인듯 합니다."
오늘(8월 20일)자 한 전남일보에는 짧은 소개가 실렸는데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신간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는 주관적인 기행문 형식을 빌린 인문에세이다. 봄에는 북쪽에서 서쪽으로 기차를 타고 베이징-시안-시닝을 다녔고, 여름에는 남서부 윈난성과 구이저우성의 도시들을 돌았다. 가을엔 북쪽의 산시성과 허베이성 여행을 다녀왔으며, 마지막 여정은 남부의 광둥성과 홍콩이었다. 중국을 한 바퀴 돈 셈이다. 하지만 여느 여행서에서 볼 수 있는 맛집이나 관광 정보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사회주의'라는 간판을 걸어놓은 대국, 중국에서 일어나는 자본의 탐욕에 맞서 싸우는 청년들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은 글쓴이가 중국에서 보낸 뜻밖의 여정에 관한 사적 기록이자,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들'에게 보내는 약속이다."
내일(8월 21일)자 한겨레 토요판에도 상당한 분량으로 서평이 실렸다.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의 지은이는 (…) 이 책을 “중국에서 보낸 1년(2018년 3월~2019년 2월)의 여정에 관한 여행기이자 일기, 관찰기”라고 표현했지만, 책의 내용은 주관적 기행문을 훌쩍 뛰어넘는다. 갈수록 커지는 불평등과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 체제비판적 운동에 대한 정부의 탄압 등 중국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르포로 읽어도 손색이 없다. 중국과 한국의 사회·학생운동 역사와 사상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중국의 ‘젊은 저항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회주의’라는 간판을 걸어놓은 대국에서 일어나는 자본의 탐욕에 맞서 싸우는 청년들”, “중국을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민주적인 사회로 변화시키고자 밭을 일구는 사람들”과의 만남에 관한 기록이다."
이왕 열심히 써서 냈으니,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아무쪼록 이 책이 중국 사회와 중국에서 현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