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때부터 결혼 2주년이 다되어가는 지금까지, 우리 부부는 함께 휴양지에 가본 적이 없다.
우리는 편집샵이나 작은 소품샵들을 구경하거나, 복잡한 도시 속을 천천히 걸어다니는 걸 좋아해서
여행지를 결정할 때는 자연스럽게 휴양지 보다는 도시로 마음이 기울었던 것 같다.
( 그렇다고 쇼핑을 많이하는 편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구경파 )
신혼여행 때도, 호텔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쉬기보다는 시내에 나가서 구경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특히 남편은 아침부터 밤까지 엄청 걸어다니며 이것저것 호기심 있게 구경하는 스타일.
그렇게 우리는 태교 여행으류 뜬금없이 홍콩, 마카오를 가기로 했다.
태교여행을 갈 때 나는 임신 26주차여서 배가 왠만큼 나왔고 이제 누가봐도 임산부였다.
홍콩은 맛있는게 넘쳐났고 입덧이 완전히 지나간 나에게 음식은 천국이었다.
우리가 찾던 느낌있는 가게들도 많았고,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서 자기만의 스타일로 이런저런 제품을 만들어 특색있는 공간에서 판매하기도 했으며,
높은 마천루와 구도심의 조화 속에서 어릴적에 보았던 90년대 홍콩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야경도 멋졌다.
하지만 오전부터 해가질때까지 허리가 빠지게 걷기엔 임산부에게는 조금 무리인 여행지기도 했다.
그래서 홍콩 여행 중에 내가 제일 많이 했던 말들 -
남편은 평소처럼 잘 못 걷는 내가 꾀병이라고 했지만,
컨디션 좋은 임신 중기 임산부에게도 하루 2만보를 족히 넘는 운동량은 좀 힘들었다.
그래서, 태교여행을 준비중인 친구에게는 사람들이 태교여행으로 괌이나 제주도 같이 좀 쉴 수 있는 곳에 가는 이유가 다 있었다며,
한 번 더 간다면 나도 휴양지를 선택할 거라고 말해주긴했다.
별로 없을 것 같지만 혹시나우리부부처럼 홍콩으로의 태교여행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을 것 같아 장단점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먹거리
미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격인 여행지! 특히 마카오에서는 미슐랭 레스토랑의 음식들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딤섬과 중국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제격이다. 1일 1딤섬 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 딤섬이 지겨워질 때쯤에는 세계 각국의 맛있는 요리나 디저트, 커피 맛집도 많으니 선택의 폭이 넓다.
그러나 먹는 물가는 비싸다고 느꼈다. 고급 레스토랑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보다는 높은 물가를 실감할 수 있다.
특히 땅 값이 비싼 곳인 만큼 홍콩은 숙소의 가성비 또한 그저그런 편!
만약에 숙소에 퀄리티를 높이고 호캉스를 즐기고 싶으면 마카오에 길게 머무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한국와서도 맨날 먹고 싶은 딤섬. 사이드 메뉴로 시킨 대만식 오이는 어디에서나 상큼하고 맛있었다.
홍콩 IFC 몰 안에 있던 아라비카 커피. 아이스라떼 매니아인 나와 남편에 입에는 잘 맞았다.
하버시티 안에 있는 그레이하운드 카페에서 먹은 파스타. 관자의 짭쪼름함과 파스타의 바질향이 좋았다.
머물렀던 숙소 앞에 있던 카페에서 먹은 브런치인데, 카페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미슐랭 빕구르망 / 홍콩 센트럴 일본라멘 맛집 슈게츠. 한 번 더 찾아가고 싶을만큼 라멘 정말 맛있었다.
죄책감이 느껴질만큼 헤비하고 맛있는 맛! (도저히 맛 없을 수 없지) Oddies라는 이름의 젤라또 가게이다.
쇼핑 & 볼거리
살 맘이 없어서 명품쇼핑을 위해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예전만큼 가격 메리트는 없는 것 같다.
대신 대형 몰에 입점한 각종 편집샵에 간간히 빅 세일 제품이 있기는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긴 했다.
남편이랑 나는 예술가들이 모여서 작업실과 숍을 운영하는 공간인 PMQ를 이틀 연속가서 한 가게 한 가게 구경했다.
원래는 경찰 기숙사로 이용되었던 공간을 2000년대 들어오면서 아트센터로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