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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띠 Jun 18. 2019

위로가 되었던 말

신혼일기




7-8개월 전 즈음 초창기 창업 멤버로 참여했던 스타트업이 반 망하고, 백수가 되었을 때 우울하고 혼란스러웠다.


2년 동안 열정을 바쳤던 내 시간들이 아깝기도했고,
맞는 방향인지 모른채 달리기만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 했다.



그 주 주말 남편과 함께 평양냉면을 먹으러 갔다.
냉면을 먹으며 나는 멍한 눈빛으로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래. 난 잘 사는게 뭔지도 모르겠고,
지금 세상이 규정하는 잘 사는 삶에 부합하지는 못할지라도, 그냥 나로 살아가는 건 자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상황이 절망에 빠질 일도 아니고, 이런 경험들을 했던 내 인생이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세상이 내맘대로, 예상대로 흘러가는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닌가. 더욱이 내가 잘난 사람도 아니고 부족하고 또 부족한 인간인데. ( 좋게말하면 극복이고 나쁘게 말하면 자기합리화의 과정이겠지만. )



또, 졸업하고 회사만 다니다가
2년동안은 그래도 내가 해보고 싶은거 다해본 시간들이 하나도 아까운게 아니었다.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많은 걸 배우기도했고, 내 깜량을 알기도 했으니까.



같은 회사를 다니던 남편을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기까지,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늘 평화로웠던 남편이 신기하고 그런 모습이 좋았는데, 이제 알 것 같다.

남편은 지금의 삶에 왜 저렇게 의연한지.

그건 쓸데없는 기대없이 지금의 삶에 충실한 성향 때문이었다.


어쨌든 망했다고 생각한 내 인생에 그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지금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지금 내 삶이 세상에서 흔히들 말하는 잘 사는 삶이 아니라도, 그냥 사는거지 꼭 잘 살 필요까지 있을까. 실패했다는 생각이, 세상이 기대하는 기준이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이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사는데에 방해가 된다면 말이다. 잘 살고 있다 라는 기준은 세상이 아니라 내가 정하는 거기도 하고, 세상에 기준은 바뀌기도 하는 거니깐. 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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