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좁지 않은 아이들 침실 만들기
내가 사는 공간을 재정비하는 이유
나는 무척 게으른 성격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부족해 집 곳곳에 아직도 손댈 곳이 많긴 하지만, 아주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나와 가족들이 지내는 공간을 쾌적하고 기분좋게 바꿔보고 있다. 하루에 10분, 30분 짧은 시간만 투자해도 공간은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간다. 바뀌어가는 공간을 보고 있자면, 내가 들인 노력대비 만족도가 가장 높은 행동이 아닌가 싶다.
엄마가 되어보니, 내가 사는 공간을 단정하게 가꾸는 일, 건강하게 차려먹는 일, 식재료를 낭비하지 않고 관리하는 일 등이 중요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들이 내 인생에 중요하게 다가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한채 30년을 살았기 때문에, 35살 애둘 엄마가 된 지금도 너어무 서툴다. 생각해보면 난 왜 정규 교육과정에서 이 중요한 것들을 못배웠나 화가 날 정도! 두 눈을 질끈 감고 모른척 살아볼까도 했는데 이런 작은 일들일 쌓이고 쌓여서 나의 일, 육아 등에 발목을 잡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내 발목을 잡는 살림이라는 일에 도망가지 말고 정성을 다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돌아보면 내가 정성을 쏟은 일들은 날 배신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무언가 문제가 있음에도 두 눈 질끈 감고 못본척 하거나 하기싫은데 대충하자는 마음이 문제이지 무슨일이든 정성을 들이고 몰입하면 새로이 보이고 재밌어지는 것 같다. 그렇게 하다보면 살림이라는 이 서툰 주제도 언젠가는 자신감있는 주제가 되겠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청소와 살림은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자기효능감을 느끼기에 굉장히 좋은 주제다.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것 같은 나의 하루하루에 마법같은 순간들을 만들어준다.
방을 꾸미는 두 번째 이유는 개인적인 이유인데, 앞으로도 몇 년간은 이사를 계속 다니게 될 예정이어서 가볍게 살고픈 마음이 커졌다. 나는 지금 결혼 7년차인데 이사만 벌써 3번을 했고 지금이 4번째 집이다. 같은 동네에서 4번째 집이아니고 지역도 여기저기 다 달랐는데, 지금 돌아보면 나는 새로운 곳에서 살아보는 걸 정말로 좋아하는 것 같다. 새로운 동네에 이사가면 새로운 인연도 만나고, 동네 구경이라는 명목으로 남편과 아이들 손을 잡고 여기저기 다니다보면 6개월이 금방 지나간다. 새로운 동네에서 살아보는 건 평범한 내 삶을 늘 여행하는 기분으로 만들어준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 이제 정착을하겠지만.. 그 전에는 여기저기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무튼, 이사를 다니다보니 내가 안쓰는 물건이 있다면 과감히 버리거나 나누고, 나를 귀찮거나 힘들게 할 물건이라면 소유하지말고 그 시간과 에너지를 더 중요한 곳에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방은 방심하는 순간 물건으로 가득차는데, 나는 늘 단정하고 텅 빈 공간에 대한 로망이 있기에 꼭 필요한 물건과 머물고 싶은 분위기를 풍기는 곳으로 아이들 방을 재정비해보았다.
아이들 침실 재정비는 크게 아래의 단계로 진행되었다.
Step 1. 안쓰는 물건 비우기
Step 2. 물벽지로 셀프도배 (전세집도 가능)
Step 3. 낮은 가구로 배치하기
Step 4. 조명 세팅
Step 5. 최소한의 물건만 호텔처럼 배치
너무 당연하고 뻔한 순서라서 민망하지만, 그래도 지금 사는 공간이 맘에 들지 않아서 공간의 재정비를 계획하는 분들에게 약간의 동기부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Step 1. 안쓰는 물건 비우기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어느새 장난감이 늘어난다. 육아를 막 시작한 엄마들은 장난감이 엄마에게 시간적 자유를 줄 것이라 기대하지만, 아이 둘을 키우면서 느낌 점 하나는 물건은 나를 도와주기도하고, 힘들게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물건을 많이 소유할수록 거기에 들어가는 품도 많다. 수많은 장난감들을 제자리에 놓고 치우고 관리하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는 내가 관리할 수 있는만큼만 소유하게 해달라고 다짐했다. 내가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의 갯수는 한정적이니, 하나를 사더라도 귀하고 더 좋은 물건을 소유하게된다.
아이들 인형이나 장난감은 중에 지인을 주기에도, 당근에 팔기에도 애매모호한 것들이 많아서 고민하던 중, [코끼리 공장]이라는 곳을 알게되었다. 코끼리공장에서는 상태가 좋은 장난감들은 장난감이 없는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보내주고, 고장나거나 더이상 사용하지 못할만큼 낡은 장난감은 분해해 재생플라스틱을 만든다고 한다. 폐장난감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고무나 쇠 같은 혼합소재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제대로 그대로 버릴 경우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따라서 제대로 잘 버리고 싶었는데, 이런 곳이 있어서 고민 없이 비울 수 있었다.
비움을 할 장난감은 아이와 함께 골랐고, 기특하게도 택배박스 위에 아이가 예쁘게 글씨도 써주었다.
Step 2. 물벽지로 셀프도배 (전세집도 가능)
6살 2살 두 자매가 자는 공간. 아이들 방 한쪽 벽면이 회색인데 이게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전세집에도 할 수 있는 도배지로 간단하게 도배를 했다. 거실에서 한번 해봤기때문에 아이들방을 하는데는 한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자세한 도배 팁은 아래 글을 참고하면 된다.
https://brunch.co.kr/@duenam/50
도배한 직후에는 이렇게 얼룩덜룩 보기가 좋지 않고 뒤에 있는 회색벽지도 비추어 보인다. 하지만 며칠 지나고나면 마법같이 벽지가 쫙 펴지고 뒤에 컬러도 비치지 않게된다.
Step 3. 낮은 가구로 배치하기
이 방은 슈퍼싱글 사이즈 토퍼 두개를 깔면 꽉 차는 크기이다. 그래서 토퍼를 내가 가위로 잘랐다.. 가로 폭을 90cm로 자르니, 토퍼가 방을 가득 채우지 않고 여백이 생겨서 방이 넓어보인다. 늘 폭이 더 작은 토퍼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오늘의 집에서 어떤 아이엄마가 토퍼를 잘라서 방꾸미기했다는 컨텐츠를 보고 이거다! 싶어서 나도 실행해보았다. 정말 마음에 든다. 이상하게도 요즘음 무언가를 더하는 것 보다 빼는 것이 나에게 만족감을 준다.
Step 3. 낮은 가구로 배치하기
언젠가 어떤 인테리어 책에서 보았는데 가구가 낮을수록 공간이 넓어보이는 효과가 있다고한다. 나는 침대보다는 토퍼를 좋아한다. 일단 낮아서 아이들이 다칠 염려가 없고, 언제든 접어 놓을 수 있으니 공간 활용에도 더 유용하다. 그러다보니 첫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사용하던 토퍼를 아직 사용중인데, 이번에도 토퍼로 아이들 방을 단정하게 꾸며보았다. 그리고 다른 가구들도 최대한 낮을 것들을 사용했다.
Step 4. 조명 세팅
아이들이 잠자기 전에 책을 가져와서 읽기때문에 우리집 침실에는 늘 독서등이 필요하다. 이케아에 갈때마다 새로운 독서등을 사주고 싶어서 기웃거리지만, 내가 결혼전에 장만한 이 이케아 독서등도 아직 충분히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용하던걸 그대로 놓아주었다. 형광등을 켜지 않고 독서등만 켜고 있으면 훨씬 분위기가 좋고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된다.
Step 5. 최소한의 물건만 호텔처럼 배치
맞은 편에는 27000원 주고 산 이케아 선반을 놓았다. 요즘 쇠테리어가 인기라는데 원목가구가 많은 우리집에 쇠테리어는 찰떡일거라는 생각이들어서 어디에든 잘 어울릴 것 같다. 작은 바구니에는 아이들 잠옷을 넣어놓았다. 그 옆에는 로션, 그리고 간단한 조명. 아이가 유치원에서 가져온 식물도 올려놓으니 훨씬 따뜻한 공간이 되었다.
이렇게 아이들 침실 재정비가 마무리되었다. 아이들이 따뜻하고 단정한 공간에서 편안한 일상을 즐기기를 기대한다.
이 짧은 과정을 영상으로도 담아보았다. 공간 재정비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