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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띠 Jun 19. 2024

5만원으로 전세집 거실 분위기 바꾸기

셀프 도배 기록


브런치에 연재하는 내용 중 일부를 유튜브에도 올리고 있어요. 두 컨텐츠 간 싱크를 어느정도 맞추면 좋을 것 같아 영상을 편집하다보니, 브런치 연재가 늦어졌어요!동영상 컨텐츠로 즐기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아래를

참고해주세요.

https://youtu.be/CGYzOlOUbvQ?si=WArbVR-kooRGUwWg





일리가 있는 아빠의 반대

아빠는 내가 춘천 시골집을 꾸미고 싶다고 말했을 때 단번에 반대했다. 내가 그래도 해보고 싶다고 말하자 그는 반 포기한 듯, “그래.. 니 맘대로 한번 해봐. 아빠는 모르겠다” 라고 마지못해 말씀하셨다. 대책없는 성격인 나는 어쨌든 허락을 받았어. 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며칠동안 아빠와의 대화를 곰곰히 곱씹어보니 아빠의 반대에는 이유는 일리가 있었고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빠 말대로 난 셀프 인테리어 / 셀프 리모델링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경험도 노하우도 없는 사람이 자기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집을.. 마음대로 건들인다고 했을 때 허락해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나마 딸이니까 마지 못해 져준 우리 아빠. 아빠의 집에 그리고.. 앞으로 아빠의 시골집에 방문할 손님들을 위해 실수하고 싶진 않았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먼저 꾸며보면 어떨까? 우리 집은 전세집인데 가능할까?

거실 쇼파에 누워서 ’아아.. 어떡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둘러봤다. 몇 개월 전에 이사한 우리집. 이 집은 내집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모든게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내가 육아휴직 기간인 1년 동안만 단기 거주하기로한 집이라 이 집을 꾸미는게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안드는 부분도 눈 딱 감고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를 살더라도 예쁘게 살고 싶어. 내가 사는 공간이 내 맘에들지 않는다면,  아빠의 시골집 손님방을 꾸미는게 의미가 있을까?‘

그 길로, 전세집 월세집에도 가능한 도배 시공 방법을 찾아봤다.


그동안 멋진 인테리어는 ‘자가’에서만 가능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유튜브를 조금만 찾아봐도 집주인 허락없이 가능한 인테리어의 범위나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있었다. 찬찬히 그들이 올려준 소중한 컨텐츠들은 보고 또 봤다.




내가 원한건 밤양갱이 아니라 단지 '하얀 벽지'


내가 원한건 특별한 인테리어가 아니었다.

하얀 벽지. 그게 다였다. 그러나 전세로 집을 구해보고 알았다. 하얀벽지로 도배된 집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아빠의 시골집처럼 화려한 꽃무늬 벽지는 아니었지만, 회색 벽지는 왠지 내 맘을 조금 칙칙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시크한 회색이 아니라 자세히 보면 작은 반짝이 효과가 들어가 있는 회색이었다.


마침 혜주머니 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깔끔하게 제거 가능한 물벽지 라는 제품을 알게되어 고민하다가 업체와의 통화와 샘플 구매라는 과정 끝에 거실 한쪽의 회색벽지를 가릴만큼의 수량을 주문했다.




주문한 벽지가 도착하자, 거실 한쪽 벽면에 있던 가구들을 치웠다. 그동안 꾸준히 미니멀을 실천하며 짐을 줄이고 있는데, 그 덕분에 이런 작은 도전들을 한결 가볍게 시도해 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처럼 적은 비용으로 집의 분위기를 전환하고 싶은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전세집 셀프도배에 필요한 준비물과 팁들을 소개해 본다.




도배 준비물 설명

나는 <무지막지 워터풀 물바른 실크벽지>라는 제품을 사용했다. 신기하게도 물을 묻히면 끈적끈적하게 점성이 생긴다. 정말 원상복구가 잘 되는지는 몇달 후에 확인해보려 한다. (내돈내산 찐 후기.)


33평 아파트 거실 한쪽을 도배하는데 네폭벽지 두 세트가 필요했다. (나는 3세트를 구매했는데, 하나가 남아서 다른 방에도 도전해 볼 예정)

5만원이 안되는 금액이면 거실 한쪽 벽면을 도배할 수 있다. (가성비 갑)

벽지를 자르는데 필요한 칼과 가위

벽지에 물이 충분히 묻지 않은 곳은 풀기가 모자라 붐무기로 뿌려가며 작업해야 한다.

수건을 준비해도 좋다. 벽지를 붙이고 천으로 문질러 주면 잘 밀착된다.

물 바른 벽지를 담아서 이동할 때 필요하다.




도배 과정 및 팁


벽지를 싱크대에 가져가서 물을 묻혔다. 처음에는 어찌해야할지 노하우가 전혀 없어서 물을 겨우 묻히고 꾸깃꾸깃 종이를 대충 뭉쳐서 플라스틱 대야에 담았다. 이렇게 꾸깃해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꾸깃하게 벽지를 접어와도 결과물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물묻힌 벽지를 벽에 붙이기 위해 이래저래 수직과 수평을 맞춰보았다. 이게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떼었다 붙였다를 20번 넘게 반복해보니.. 이제 됐다 싶은 순간이 왔다. 그때 손에 있던 수건이나 천으로 벽지를 골고루 문질러서 펴주면된다.



여기서 팁을 하나 공유하자면, 해당 제품의 설명서에는 벽지끼리 겹치지말고 시공하기를 권장하고 있으나, 해보니 이게 무척이나 어려운 작업이었다. 몇번 해보다 그냥 겹쳐서 시공했는데, 벽지끼리 겹쳐서 시공해도 결과물에 큰 차이가 없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아직 벽지가 쭈글쭈굴하고 기포가 많이 보인다. 그래서 시공하고나서 바로는 정말 안예뻐보인다! 하지만 실망은 금물.! 며칠 지나고 나면 기포 없이 쫙 펴진다.



몇 번 하다보니 벽지에 물 묻히는 것도 손에 익어서 예쁘게 착착 접어서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 팁 하나를 더 적어보자면, 싱크에대서 물을 바르는 것 보다 화장실로 가져가서 샤워기로 쫙쫙 물을 뿌리는게 더 편했다. (사진은 찍지 못했다)




콘센트 부분에 대한 팁

- 벽지를 붙이기 전에 콘센트 커버를 제거해 줘야한다.

- 그 위에 벽지를 붙이고 칼을 가져와 X자로 벽지를 자른다.

- 콘센트 크기에 맞게 사각형으로 조심해서 벽지를 자른다.

- 벽지를 뜯어내고 벽지를 잘 붙인 다음, 콘센트 커버를 씌운다. 


과정은 엉성하지만, 벽지 풀이 마르면서 봐줄만한 모습으로 변한다. 이렇게 도배 끝! 33평 거실 한쪽을 도배하는데 2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결과물


흰색 벽지로 도배를 하고부터, 거실에 있는 시간이 행복해졌다. 5만원 + 2시간 30분을 투자한 결과물 치고는 아주 마음에 든다. 아직 원상복구를 안해봐서.. 바로 추천하기가 조심스럽지만, 내년 2월 즈음 원상복구할 예정이므로, 수요가 있다면 원상복구 후기도 올려보려 한다.


아래는 분위기 있어진 우리집 거실 모습.


다음 편엔 아빠의 시골집을 도배해 본 경험을 올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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