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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띠 May 02. 2024

아빠 내가 윗층 손님방 좀 꾸며봐도 돼?

아빠의 반응은?


점점 낡아 가는 시골집 호스팅 공간

일요일이면 손님이 가시자마자, 아빠가 1차 청소를 후다닥 하고 내려오신다.

춘천집에서 머물던 어느 일요일, 손님이 머무는 2층 공간이 궁금해 올라가 보았다.


내가 둘째 임신과 출산을 겪고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윗층은 생각보다 더 낡아 있었다.




아빠의 시골집에 나도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싶어

직장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느라 나 사는게 바빠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던 나날들.. 지금은 육아휴직 중이라 인생 최대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둘째라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아기가 더 예뻐보인다. 내 삶의 마지막 육아휴직이라고 생각하니 이 시간들이 더 귀하다. 얼마 안남은 자유의 시간. 나에게도 삶의 여유가 생기니 아빠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다.


아빠는 이집을 샀던 8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손님이 머무는 2층을 제대로 리모델링한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재정비를 하지 않으면 아빠의 시골집 에어비엔비가 앞으로도 장사가 잘 될지 미지수. 이 집을 즐기기만 한 둘째 딸. 나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


하지만.. 아빠가 뭐라고 하실까?

변화를 두려워하는 우리 아빠. 내게 과연 기회를 줄 것인가..



- 나 : 아빠 내가 윗층 손님방 좀 꾸며봐도 돼?

조심스럽게 아빠에게 운을 뗐다.


- 아빠 : 뭐?


- 나 : 아니 손님들이 머무는 공간, 너무 촌스럽고 점점 낡아가서. 조금만 손보면.. 훨씬 나을 것 같아서.


- 아빠 : 안돼. 니가 뭘 몰라서 그래. 윗층 손대기 시작하면 일이 얼마나 많은 줄 너는 상상도 못할거야. 그리고 하려면, 전문가들 불러서 해야해. 니가 하면.. 힘은 힘대로 들고 결과물은 어설퍼서 아빠 장사도 제대로 못해! 게다가 장사 곧 시작해야하는데. 건드렸다가 더 엉망된다.


- 나 : 아빠 그럼 전문가들 불러서 돈 들여서 집 리모델링 할 생각은 있어?


- 아빠 : 그럴 생각은 없지. 너도 알다시피 돈벌려고 손님 받는거 아니야. 지금처럼 주말에만 손님 받는게 아빠한테는 딱 좋아. 사람 불러서 대대적으로 고치면 돈이 많이들고, 그럼 손님도 더 자주 받아야하고.. 그렇게 해도 남는 장사가 아닌데.. 왜 고쳐. 잘됐다. 너 일루 와봐. 여기 아빠가 보수한 부분들 보이지? 아빠도 해봤는데 이거 고치는게 쉽지가 않더라고. (아빠가 어설프게 보수한 부분들을 몇군데 보여주셨다.) 여기에 맞는 나무판이 필요한데, 그걸 어디서 사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붙이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겨우 저쪽동네 목공소 가서 제작하고 붙였는데, 그래도 어설프잖아. 니가 뭘한다고 그래. 괜히 망치지나 마.


역시. 내가 딱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고치지 않으면 이 공간은 더 촌스럽고 노후화 될 것이고, 아빠의 청소력으로도 커버가 안되는 상태가 될 것이다. 그렇게 손님이 더이상 오지 않는다면 2층은 아빠의 행복이 아니라 짐인 공간이 될 것이다.  

'뭔가 아빠가 일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손님들도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공간을 재정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텐데. 조금의 노력으로 훨씬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거야.'

이런 맘과 더불어

'아빠말이 맞긴하지.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돌봐야 할 아이들이 있어서 시간을 많이 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틀린 말은 아니야'

이런 두 의견이 내 마음 속에서도 충돌했다.


- 나 : 내가 물론.. 전문가도 아니고,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가만큼 잘 하지는 못하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아빠가 보수한 저런 부분들.. (아빠가 보수한 부분들을 손으로 가르켰다.) 이미 어설픈 부분들이 이 집에는 많아. 내가 손대서 60점 짜리 결과가 나오더라도 더 망치는 방향은 아닐거야. 나도 사람을 불러서 고칠 돈은 없어. 최소한으로 손대고, 조금만 스타일링해서 약간씩 개선한다는 생각으로 해보는 건 어떨지 생각해봤어. 인터넷 보니까 셀프 리모델링 하는 사람들 많이 있더라. 여자들도 충분히 해내 더라고. 그 수준으로 해볼게. 그게 힘들면 스타일링만 해봐도 좋고.


일단 꽃무늬 벽지랑 꽃무늬 커튼만 바꿔도 훨씬 분위기가 달라질거야. 페인팅만 하고 그 다음에 스타일링하는건.. 괜찮아?


- 아빠 : 페인팅? 페인팅은 절대 안돼. 니가 페인팅을 뭘 알아. 그거 하려면 다른 곳에 페이트가 묻지 않게 비닐로 씌우는 보양작업만 해도 하루가 갈거야. 넌 모든걸 너무 쉽게 생각해. 그냥 아빠 방식대로 하게 놔둬.


- 나 : 그럼 벽지는 어때? 셀프 도배하는 사람들이 적은 글을 많이 봤는데, 여자들도 해.


- 아빠 : 도배하려면 저기 있는 벽걸이 티비도 떼고 해야하는데, 그런일은 생각해봤어? 짐 다 빼고 벽걸이 티비 떼고.. 아고야 일 만들지마 안돼.


아빠는 벽걸이 티비를 가르켰다.


- 나 : 그럼 그것만 아빠가 떼줘. 애들은 하루만 남편한테 맡기면 돼. 방이 4개, 밥먹는 별채 공간이 1개인데, 방 딱 하나만 일단 해볼게. 나도 자신 있는 건 아니라 4개 다 손댈 생각은 없어. 올때마다 방 1개를 조금씩 고쳐보고.. 손님들 반응을 보자. 이건 어때?


- 아빠 : ... (말이 안통한다는 듯이 한숨을 쉬셨다.)


- 나 : 일단 내가 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말해줄게.


- 아빠 : 어휴 니맘대로 해봐. 방 하나 망치게 생겼네.. 으휴.


- 아빠 : 근데 무슨돈으로 하려고?


- 나 : 그건 내가 나름 계획이 있어.


다음편엔 어떤 돈으로 얼마의 예산을 잡고, 집을 꾸밀지 그 계획을 담아보려고 한다.


아빠의 잔소리를 35년동안 들은 나에게 아빠의 반대는 전혀 마음의 타격이 없었다. 아빠 의견도 일리있는 부분이 많아서 어떤 점을 받아들일지 정리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 할일들을 기분 좋게 상상하며 집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그날의 분위기를 담으며 마무리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아빠는 연신 안되는 이유를 설명 중이시고, 엄마는 아빠의 말을 듣고 계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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