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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민정 Feb 01. 2019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지난해 8월에 이사를 하며 가지고 있던 책의 3/4은 버렸다. 다른 물건들은 적당한 것을 구해서 망가질 때까지 반영구적으로 쓸 정도로 살림살이에 관심이 없는데 유독 책만은 재산처럼 아꼈다. 지금은 읽지 않는 책이라 할지라도 가지고 있었던 책에는 다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 늘 읽던 책, 대학 때 즐겨 읽던 시집, 아빠가 읽던 책. 언젠가는 추억하며 한 번은 들춰보지 않을까, 놓지 못하는 과거의 기억을 이고서 이곳저곳 다녔다. 다른 것은 몰라도 책만은 쉽게 버릴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좀 가뿐해지고 싶었을까, 자주 읽지 않는 책은 그냥 다 버렸다. 그리고 늘 읽는 책들만 남아있는 지금,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책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가며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것에는 마음이 잘 가지 않고, 없으면 안 될 것들이 소중해진다. 일도 그렇다. 새로운 한 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계획을 세우며, 하고 싶은 일보다는 안 하면 안 되는 일에 더 마음이 간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데에서 오는 만족감과 안정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하자면, 하고 싶은 일이라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 노동에 합당한 (정신적, 물질적) 대가, 좋은 목적이 없으면 안 하기로 결심했다. 작지만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고 나니 많은 것이 명확해진다.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은 넘기고 내가 꼭 해야 할 일들에 충실한 한 해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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