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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민정 Oct 28. 2018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보고

지식 소통의 플랫폼인 도서관을 발견하다


단순히 도서관을 자주 가기 때문에 궁금해서 본 영화에서 희망을 보았다. 아동 언어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며 생각이 많다. 내가 꿈꾸는 배움의 공간은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 및 교구를 갖추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우는 곳이다. 우리나라 도서관처럼 조용히 책을 읽거나 시험공부를 하는 곳이 아닌 어떤 얘기든 오갈 수 있는 시끌벅적하고 편안한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꾸는 꿈은 이미 뉴욕 공공도서관에서는 실현되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뉴욕 공공 도서관은 도서관의 문턱을 낮추고 소외 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 도서관도 무료이지만, 누구에게나 제한이 없는 열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뉴욕 공공도서관에서는 엘비스 코스텔로 같은 유명인이 등장하는 큰 행사가 열리기도 하지만 아동, 노인, 구직자, 이민자, 장애인들도 편안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 도서관에서 점자를 효과적으로 읽는 법을 다른 시각장애인이 차근차근 알려주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이렇게 유명인이나 노숙자까지도 동등하게 그 공간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며 공공 공간의 의미란 누구에게나 평등한 공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한 어릴 적 부모님이 늘 일을 해서 읽는 법 쓰는 법을 모두 도서관에서 배웠고, 이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서 지식교육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다시 생각해봤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문학 등 일반적인 주제뿐만 아니라 흑인 문제, 자본주의, 노예제도 등 세부적이거나 민감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다. 이질적인 구성원들 사이에서 학습이 가장 잘 이루어지듯, 뉴욕 도서관에서는 참여하는 사람이나 콘텐츠의 다양성과 이질성의 효과가 극대화되어, 도서관이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지식 소통의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 측면에서도 생각할 부분이 많다. 뉴욕 공공도서관은 교육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전체적으로 내가 받은 느낌은 “이용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아카이브의 기능을 자료 축적에만 두지 않고 자신의 생각(inspiration)에 따라 직접 찾을 수 있는 개인 학습을 위한 능동적인 활동의 창고로 활용하고 있다. 자료의 형식도 책뿐만 아니라 사진 자료, 편지 및 메모에 이르기까지 원자료도 쉽게 직접 찾아볼 수 있다. 독서토론은 물론이고, 공연, 취업설명회, 노인댄스 강습도 열린다. 


언어교육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유아 문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점이다. 기초문해 능력이 향후 학습에 필수적임에도 이를 개별 가정과 개인의 역량의 몫으로 돌리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너무나 대비되었다. 부모와 함께 동요를 부르는 영아 대상 프로그램도 있고, 아동들은 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학, 코딩, 만들기 등 다른 과목과 자연스럽게 연계하여 학습한다. 도서관에 오고 싶어 하지 않는 청소년들을 어떻게 하면 오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어떤 지역에서 어떤 책을 많이 보는지를 분석하고, 방과 후 교육프로그램의 기능을 하는 등 지역 사회 및 학교와 연계하여 운영하고 있다. 운영, 예산, 행정,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잘 나오니, 교육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보면 사고가 넓어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러닝타임은 3시간 26분.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한 번에 쭉 보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나온 토리 모리슨의 말. “도서관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Libraries are the pillars of our democracy.)” 우리의 도서관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나는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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