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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민정 Oct 30. 2022

이원수 <고향의 봄>

내가 그리워하는 곳은 어디인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귈 차리인 동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동네 나의옛고향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원수 시인(1912-1981)이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에 지은 이 시를 백년 정도가 지난 지금도 부를 때면 추억에 빠지게 되는 것은 나의 고향의 모습과 흡사해서이다. 이 시를 부를 때마다 어릴 적 아무 걱정없이 뛰놀던 나의 모습과 수많은 추억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18년 동안 태어나서 자란 고향을 떠나 서울로 왔을 때 고향이 너무나 그리웠다. 서울은 정말 넓었고 내가 이 곳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막막했다. 그렇게 너무 그리워하다가 가끔씩 고향에 가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집이 그리웠고 가족이 정말 보고 싶긴 했지만, 내가 속해 있다는 느낌은 점점 사라져갔다. 그렇게 몇 년은 어느 곳에 가도 이방인의 느낌을 가지고 살았다. 그리고 또 몇 년이 흘러 가족 모두 서울로 이사를 했다. 


그렇게 내 고향은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갈 일이 없는 곳이 되었다. 어느 때인가, 일 때문에 고향에 가게 된 적이 있었다. 시간이라는 거리를 두고 멀어져서 다시 찾은 고향에서 나는 추억만을 떠올리지 않았다. 어린 시절 있었던 지우려 애써서 희미해진 외롭고 괴로웠던 기억들에 뱃속 깊숙이 우리한 통증이 느껴졌다.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은 생생한데 가슴 아픈 기억은 묵직한 아픔으로 남아있다. 


그 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리워했던 것은 고향이 아니었음을. 아무런 걱정없이 웃을 수 있었던 그 순간, 그 순간 느꼈던 순전한 긍정과 희망임을. 그리고 이제 그 순간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라면 편안히 쉬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어디라도 그 곳이 나의 고향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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