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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 Jun 07. 2022

도망가자

피하고 싶은, 숨고 싶은, 그냥 사라져버리고 싶은

우리엄마는 항상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마음대로 돈벌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사회와 이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세상의 굴레에서 도망치고 싶은 자유.


살면서 가장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았던 때가, 아마 스페인에서 성지순례를 다니면서 20몇일 걸어다니고

프랑스에서 동생과 같이 한달 살기를 하며 마음껏 센느강을 즐기던 그 때 아니었을까


아이들 대충 잘 밥 알아서 벌어먹게 키워놓고,

벌어놓은 돈 적당히 알뜰하게 쓰면서 가진 정해진 한에서 하루하루 그냥 즐기는


실제로 엄마는 그냥 파리에서 사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이곳 저곳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주로 그냥 걸어다녔고,

스페인의 성지순례길은 그냥 자연을 벗삼아서 그저 걷는것 뿐이었을 것이다.



도망갈 수 있는 자유

나를 둘러싼 것들을 버리고, 떠나버릴 수 있는 여건

자우림이 노래로 말하던 일탈.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런 일탈과 자유가 매우 그립다.

(이럴 때만 브런치를 찾는 것 같기도하다.)


할 것들은 무궁무진하게 쌓여있고,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데

이 것들을 해도, 결과가 잘 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 핑계1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닌 것들을 쭉쭉 하고 있는데 -> 핑계2

팀으로 해주기로 했던 사람들은 생각보다 부족한 노력을 보이며, 일에 진척이 안보이고 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실망을 했는데 -> 남탓1

보이지는 않겠지만 느껴지는 나의 이런 상태를 보고, 나에게 실망하는 다른 사람들 -> 상상의 나래1

선순환이 아닌 악순환 사이클 속에 들어와 있는 것같다.


더 악순환으로 들어가면, 이제 스스로 존재자체에 대한,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회의까지 들기 시작한다.


나는 괜찮고 능력있는 사람이 맞는가?


또 하나 더 드는 생각은

그래 나 그렇게 별로고, 병신같으니까, 

나 그냥 나가게 해주면 안될까? 나 그냥 도망가게 해주면 안될까?


근데 이건 또 개인적인 똥같은 고집인데

능력없고, 실력도 없는데, 근성도 없으면 정말 안된다고 생각한다.

근성이라는 말은 솔직히 좀 지독해서,

어떤 일이 이룰 수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기보단 

하고자 하던 바를 포기하면 바로 스스로 근성없는 놈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아예 시작을 말아야한다ㅋㅋ)


이 도전을 시작하고 여정을 떠난지 아직 많은 시간이 되지 않았고,

이렇게 몇 안되는 어려움까지 겪으면서도 이것 하나 못이겨내는데

다른 어떤 일들을 할 수 있겠는가 생각하다보면

나는 도망갈 수 없다 결국


이런 생각들이 내 삶의 능률을 줄어들게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이렇게 머리박다 죽어야지.

(보다는 억지로 깡으로 이렇게 버티다 보면, 어떻게든 살고 있고, 살게 되겠지)


https://www.youtube.com/watch?v=xqTwKxId6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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