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생, 나이 90 할머니의 2020년 죽어가는 이야기
하루하루 죽어가는 중입니다.
기왕 죽을 것, 더 이상 미련도 욕심도 없고,
고통없이 빨리 그냥 이 세상 떠나고 싶지만
또 그럴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괴롭지요
하루 하루 죽어가는 이 시간을 온전히 버티고 견디면서
죽음을 맞아야 하니까요
사는 건 지옥입니다.
내가 전생에 지었던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원죄나 그런 빚을
나는 이렇게 갚고 있나 봅니다.
더이상 펴지지 않는 허리에
한 발 한 발 움직이는게 왜이리 힘든지
이 빌어먹을 몸뚱이에
다 썩어가는 육신과 함께한느 냉장고 안에서
꼬깃꼬깃 쌓아넣은 음식들
그래도 배는 고프고, 뭐라도 해야겠기에
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삽니다.
하루 하루 죽어가는 중에 또 살겠다는 나는 밥을 먹습니다.
아
황철길은 왜 이리 멉디까
나이 90에 내 친구들도 다 떠났고
남편도 가고 아들과 자식도 벌써 반절이나 갔습니다.
참 너무 서글퍼서 딸내미 장례식엔 가지도 못하겠더라 말입니다.
가는 데는 순서없다고 누가 그런건지
아빠 엄마 혼자 남겨두고 간 놈들은 정말 밉습니다.
무슨 낙과 정리할 것이 남아있겄습니까
이가 약해져 맛있는 걸 씹지 못하고
더이상 나는 아름답고 예쁘지 않습니다.
걸을 수 있었지만 걷지 못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책을 읽지 못하고
나에게 남겨진 건 내가 가졌던 것들에 대한 상실일 뿐인데,
어떤 낙과 무엇으로 하루하루를 이렇게 사는건지
그냥 사는거지요,
제 명을 정해준 사람을 탓하며,
이렇게 살라고 하는데, 이렇게 살아야하는 제가 참..
내일 또 하루 더 죽어갑니다.
며칠 남았을까요
이번에 떨어지는 낙엽이 마지막일까 하는 감상도 더는 없습니다.
사는 건 고역입니다.
그리고 내 모든 게 소진되는 것 같아요.
정말 박박 긁어 내가 없어지나 봅니다.
나는 죽어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