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주어지다.
브런치에서 '작가'의 자격이 주어진 것이 2016년 2월.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작가가 되려면 기존에 쓴 글들도 올려야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나 플랫폼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도 써야 했던걸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정확히 2년 6개월이 흘렀다.
중국 이야기를 해보자고 준비하던 '작가의 서랍'에는 올리지 못한 글이 달랑 2개 뿐이고, 그마저도 완성하지 못한 글이다.
말라서 고민이던 나는 불어난 살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몸의 곳곳에서 적색 신호등이 켜져 당장 다음주부터 수리에 들어가야 한다.
대신 알리바바, JD닷컴, 메이투와 같이 유학 시절부터 동경하고 선망하던 중국 기업들과 함께 일하고 성과내는 경험을 했고, 중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장과 트렌드를 조사하고 전시회도 돌아보며 견문을 쌓았다.
한국에서도 제품의 기획-디자인-생산-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는 행운을 누렸고, 오프라인 매장을 디지털화 하는 기획, 그리고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를 런칭하였고, 그 과정에서 조직 내부에도 새로운 인사이트를 전달해주려 노력하다 보니 올해부터는 회사 내부 뿐만 아니라 타 계열사에서도 '신사업', '스타트업'하면 나에게 연락을 해준다.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행복하고 감사한 일들이다.
얼마전 회사에서 운영하는 '콜럼버스 프로젝트'에 선발되어 3개월의 유급휴가와 1,000만원의 활동비를 받게 되었다. (현금이 아니다!!)
'이사벨 여왕의 지원이 없었다면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없던 일이었다'는 취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데,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조사도 하고 회사에서 기여할 수 있는 결과물도 만들어 내는 것이 미션이다. 그리고 꼭 리프레쉬의 시간으로 삼으라는 첨언까지도 듣고 왔다. 조직 내외부의 환경을 고려하거나 누구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닌, 내가 계획하고 실행하는 온전한 나만의 3개월이 생긴 것이다.
나는 '중국 시장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 전략 수립'이란 주제로, 현지에서 数字化转型(Digital Transformation과는 다소 다른 개념인 것 같아 중국어로 씀)과 관련한 것들을 직접 보고, 조사하고, 공부하고, 써보고, 정리할 것이다.
사실 제목 앞부분에 '아시아 No.1 소비재 회사로 도약을 위한'이라는 오글거리는 멘트를...
오늘 여느때보다 신나서 집에오니 와이프가 '네가 쉬는 시간을 가지는걸 처음 보는 것 같다'라고 말해줬다. 그렇다. 유학 준비할 때부터 한번도 쉬어간 적이 없었다.
중국에 있을땐 시간만 나면 오토바이를 타고 베이징 곳곳을 구경다녔고, 겁도 없이 난징까지도 오토바이로 여행하던 시절도 있었다.
학교 수업은 일주일 중 3일을 꽉꽉 채워듣고선, 나머지 시간엔 한국어 강사, 영화 촬영장 통역, 책 번역, 중국회사 인턴 등 동분서주 했었고, 졸업식 구경도 못한채로 한국에 들어와서는 회사일 하느라 제대로 여유있게 쉬어본 기억도 없다. 아기가 생기고는... (말잇못;;)
어찌보면 나를 불쌍히 여기신 하늘이 잠시 쉬어가라고 귀중한 시간을 주신게 아닐까.
앞으로 3개월동안 본연의 일 뿐만 아니라, 그간 이런 저런 일들을 하며 느껴왔던 점, 그리고 중국과 관련한 이슈나 생각들도 짧게나마 이곳에 글로 정리해보려 한다.
그나저나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중국에서 할 일들을 찾고 티켓팅도 준비하는 나를 보니 '콜럼버스과'에 속하는 성격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