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감염은 골프장도 예외가 아니다. 확진자가 나온 골프장 리스트가 단체 카톡에 올라오면, 혹시 내가 다녀온 곳이나, 다음에 가게 될 골프장은 아닌가 걱정스럽게 살펴보곤 했다.
하늘길이 막힌 탓에 해외로 나가던 골퍼들이 국내 골프장으로 몰리면서, 골프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수요가 몰리니 이것저것 관련 비용이 죄다 올랐다. 코로나 시대에 그나마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서, 갈 사람들은 군소리 없이 순응하게 되는 현실이다.
얼마 전, 어렵게 찾은 좋은 느낌.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어, 기분 좋게 또 일주일간 연습을 했다. 드디어 지난 금요일 설레는 마음으로 '로드힐스 CC'로 갔다.
로드힐스는 남춘천 IC 바로 초입에 있는데, 우리 집에서 넉넉잡아 90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다. 새벽에 갈 때는 길이 안 막히니 가까운 것 같았는데, 티오프가 낮 시간일 때는 길이 은근히 막혀서 멀게 느껴졌다.
융단 같은 하늘에 뭉게뭉게 새하얀 구름을 보노라니, 목적지가 꼭 골프장이 아니어도 좋을 만큼 어디로든 달려가고 싶었다. 마침 라디오에서도 가을 향기 폴폴 나는 노래가 연속 흘러나왔다. 혼자 하는 드라이브의 참맛을 잠시 만끽하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로드힐스는 초입에서 관리인 아저씨 두 분이 차량 탑승자들의 체온을 재고 마스크 착용 유무를 확인하신다. 클럽하우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열감지센서와 전신 소독을 위한 방역 장치를 지나야 한다. 물론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클럽하우스 내 식당, 그늘집, 락커룸과 사우나, 필드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도 있고, 착용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나는 매번 18홀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중간중간 어쩔 수 없이 벗었다 썼다를 반복하게 되었다. 일단 스타트를 하고 나면 동반자들과 한 배를 탔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면서 믿을 수밖에 없다.
앞 주에 갔을 때 내 실력이 많이 향상됐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이번에도 연습장에서 한 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없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습장과 필드가 딴판이었다. 연습장에서 착착 잘 맞던 공도 필드에서는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다음 홀에서는 나아지겠지 희망을 가져보았지만, 전후반이 다 지나도록 큰 변화가 없었다.
동반자들이 나를 위로하려는 듯, 잘 되는 날이 있으면 안 되는 날도 있고, 그런 날은 뭘 해도 잘 안 되니 편하게 즐기라고 했다. 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고 지나가면 또 잘 되는 날이 온다면서. 나는 그 말이 고맙다기보다 왠지 가진 자의 오만처럼 느껴졌다. 자기네들은 실력이 되니까 그렇지! 그 순간 어떤 위로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안 되는 날은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어느 순간 기분 좋았던 샷 하나가 포기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라고. 마치 첫아이를 낳을 때 겪었던 산고를 까맣게 잊고, 둘째 셋째 아이를 출산하는 엄마들처럼 골프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 이틀 동안 클럽을 팽개쳐놓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니, 그날 드라이버도 거리는 많이 안 나갔지만 방향성은 좋았고, 퍼팅감도 참 좋았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금요일에는 잘하고 싶은 욕심은 집에 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치고 올 계획이다. 나 역시 쓴맛은 까맣게 잊고 달콤하고 좋은 것만 기억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