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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Nov 19. 2020

폭신한 의자

2020.11.19. 목요일

가을비가 내린 탓도 있고, 오늘따라 바람이 꽤 매섭게 불기도 했다. 나무는 자신이 대롱대롱 매달고 있는 작은 사연들을 한 번에 다 떨궈내지 못하고, 계절이 깊어갈수록 주춤주춤 한다. 떨궈낼까 말까... 그럴 때면 바람은 자기가  앞장서서

 "뭘 그리 망설여. 어차피 다 보내게 될 것을!"

휙휙 불어대는 바람 따라 노란 잎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벤치 위에도 그 발치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에 노란 카펫을  깔아 둔다.


경비원 아저씨의 투철한 직업 정신의 산물, 싹싹 쉼 없이 들리는 비질 소리! 그 소리에  갑자기 내 마음이 급해진다. 아저씨  빗자루에 쓸려가기 전에 냉큼 카메라에 담는다.


벌써 한 자루 불룩하게 담긴 낙엽이 아저씨 곁을 지키고 있다. 이제 진정 떠나보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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