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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Nov 25. 2020

그네에 앉아서

2020.11.25. 수요일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벌써  2 년이 다 되어 간다. 돌아가시기 전  1년 정도 요양병원에 계셨는데, 그 시간 동안 끝까지 당신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으셨다. 하지만 그 희망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요양병원에서는 가족들의 병문안을 차단했다. 요양 병원 간호사인 친구가 전해 준 이야기들이 가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집에 가고 싶어. 집에 데려다줘."
"우리 아들이 날 버린 거지?"
"딸 보고 싶어. 우리 딸 빨리 오라고 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어르신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의료진들을 붙잡고 울며 하는 말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올 수 없다고 설명해도 소용없다고 한다.

매월 병원비 감당하느라, 면회 다니느라 바쁘고 힘들겠지만, 그래도 내 부모 주름진 얼굴, 빛을 잃어가는 눈동자, 따뜻한 체온 한 번 더 느끼지 못하는 현실도  서글픈 것 같다.

오늘따라 공원에는  그네에 홀로 앉아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나는 또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떠올렸다. 평소 보라색 옷을 즐겨 입으셨고 뽀얀 백발이셨으니, 저 사진 속 뒷모습만 보면 똑같다.  가까이 다가가 볼까 하다 멈추고 사진에 담기로 했다. 하늘의 구름도 예쁘고 남아있는 단풍도 고운 11월 끝자락. 외로운 아이처럼 흔들흔들 혼자 그네에 앉아 있는 뒷모습.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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