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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태모의 포랍도 Jan 28. 2022

미국 헌법 이전의 헌법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 이야기] 1780년대 (1)

미국과 영국 사이에 ‘독립 전쟁’이 시작된 것은 1775년 4월이었고, 미국인들이 독립선언서를 통해 자국의 독립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은 1776년 7월 4일이었다. 버지니아 주 요크타운에서 마지막 주요 전투가 끝나고 독립전쟁이 사실상 종료된 것은 1781년 10월 무렵이다. 


한편, 미국 헌법이 작성된 것은 1787년 여름, 목표로 했던 9개의 주로부터 비준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은 1788년 6월, 그렇게 통과된 헌법에 기초하여 새 정부가 출범한 것은 1789년 3월이었다. 죠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은 1789년 4월 30일에 취임했다. 그렇다면 독립전쟁/독립선언과 헌법 제정/새 정부 출범 사이 십여 년 동안 미국은 어떤 체제였던 것일까?   


우선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우리가 미국이라고 부르는 나라의 공식 명칭은 미합중국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다시 말해, 여러 나라의 연합이라는 점이다. 물론 우리는 미합중국을 구성하는 서로 다른 정치체를 ‘주(州)’라는 말로 일컫고 있지만, 영어로 ‘State’라고 하면 보통 한 나라에 해당하는 단위의 정치체를 뜻한다. 미국은 사실상 서로 다른 나라(주)들의 연합체라는 사실, 혹은 다른 말로 연방제 국가라는 사실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중앙집권적 형태의 한국과는 전혀 다른 체제인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관계는 한국식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관계와 사뭇 다르다. 한국의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는 위계 상으로 볼 때 상하 관계가 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미국 연방 정부와 주 정부는 꼭 그렇다고 볼 수 없다.


독립 당시의 13개의 주 | 그림: http://the-map-as-history.com

 

다시 독립전쟁/독립선언 시기로 돌아가 보자. 잘 알려진 대로 당시 미 대륙의 동부에는 13개의 서로 다른 영국 식민지가 위치해 있었다. 북쪽부터 남쪽까지 차례로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메사츄세츠, 뉴 햄프셔, 로드 아일랜드, 코네티컷, 뉴욕,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델라웨어, 메릴랜드, 버지니아, 노쓰 캐롤라이나, 사우쓰 캐롤라이나, 조지아. 1774년 9월, 조지아를 제외한 열 두 식민지 대표가 식민지 모국 영국의 부당한 통치에 맞서기 위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열었다. 그것이 대륙 의회(The First Continental Congress)의 시작이다. 1775년 독립전쟁이 발발하고 2차 대륙 의회(The Second Continental Congress)가 열렸다. 독립선언서가 채택된 것도, 연합의 이름을 미합중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으로 정한 것도 바로 이 대륙 의회였다.    


한창 전쟁 중이던 1777년 11월, 2차 대륙 의회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열셋 정치체가 미합중국이라는 하나의 연합체를 구성한다는 건국 원칙을 연맹 규약(The Articles of Confederation and Perpetual Union)을 통해 천명한다. 다시 말해, 연맹 규약은 미합중국의 첫 번째 헌법인 셈이다. 그러나 곧바로 연맹 규약이 효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었다. 대륙 회의 대표자들이 합의한 대로, 열셋 모든 구성원의 비준 절차가 남아 있었다. 마지막 메릴랜드 주가 1781년 2월에 마침내 연맹 규약을 비준하기까지 약 3년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1781년 3월 1일, 연맹 규약은 공식적으로 미합중국의 최상위 법으로 효력을 갖게 되었다. 



1777년에 작성되고 1781년에 비준된 연맹 규약(The Articles of Confederation and Perpetual Union) | 사진: 미의회도서관


그러니까 독립선언서로 탄생한 미합중국은 영국과 전쟁을 치르는 동안 2차 대륙 의회라는 기관에 의하여 대표되었고, 1781년 3월 이후에야 비로소 연맹 규약에 의거하여 공식적인 연방 정부의 틀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연방 정부 기구는 연맹 의회(The Congress of the Confederation)가 사실상 전부였다. 연맹 의회는 일원제로 우리가 ‘주’라고 부르는 열셋 단위체의 대표가 모여 연맹의 일을 처리했던 입법 기구였다. 연방 정부에는 독립적인 행정부도, 사법부도 없었다. 연방 대통령도, 연방 법원도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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