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프로젝트> ⑰ 그리스 디아스포라
‘게오르기오스 키리아코스 파나이오투(Georgios Kyriacos Panayiotou)’. 전 세계적으로 1억2천만 장 이상의 레코드를 판매하면서 획기적인 영국의 팝 아티스트로 알려진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 1963.6.25.~ 2016.12.25.)의 본명은 한 번에 따라 읽기 벅찬 그리스식 이름이다. 가족과 친구들은 그를 ‘요그 Yog’라는 애칭으로 불렀고, 퍼스트네임인 ‘게오르기오스 Georgios’는 영국식 이름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조지 George’가 되었다.
조지 마이클은 1963년 6월 25일 런던에서 그리스 식당을 운영하는 키프로스계 아버지(Kyriacos Panayiotou)와 댄서 출신인 영국인 어머니(Lesley Angold) 사이에서 태어났다.
스스로를 ‘노래하는 그리스인’이라 표현한 바 있는 조지 마이클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내 아버지는 1950년대 키프로스에서 건너온 전형적인 그리스 이민자다. 매우 결단력이 강하고, 웨이터로 시작해 식당 운영까지 하게 됐는데, 열심히 일하여 보상을 거두면서 이 나라에서 자리 잡기 위해 애썼다”라며 가족사를 밝힌 적 있다. 그리스어를 할 줄 아느냐는 질문에는 어렸을 때는 그리스어 수업을 들었지만 지금은 하지 못한다며 “유일한 그리스의 유산은 털이 많은 가슴(the only Greek thing about me is my hairy chest)”이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고 한다.
1998년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조지 마이클은 이후 적극적인 LGBT 권리 운동가이자 HIV/AIDS 자선 모금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특히 키프로스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혈액 질환에 대한 자선 단체인 ‘UK Thalassemia Society’를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월드투어중 그리스 아테네 콘서트에서는 직접 파란 줄이 선명한 그리스 국기를 온몸에 휘감고 등장하자 그리스 관객들은 "게오르기오스!"를 연호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스 디아스포라의 감격적인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디아스포라(Diaspora, 離散)는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나 타의적으로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하는 것, 또는 그러한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을 뜻하는 그리스어 단어 ‘디아스포라 διασπορά’에서 유래했다. 유목과는 다르며, 난민 집단 형성과는 관련되어 있다. 난민들은 새로운 땅에 계속 정착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나, 디아스포라란 단어는 본토를 떠나 항구적으로 나라 밖에 자리 잡은 집단에만 쓴다. 이외에도 노동자, 상인, 제국의 관료로서 이주한 사례도 디아스포라에 해당한다.
(때로는 서로 다른 기원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민족이 섞인 피난민들도 디아스포라로 불리기도 하지만 ‘피난민’과 ‘디아스포라’는 동의어가 아니다.)” - 위키피디아
영어권에서 ‘디아스포라’가 용어로 쓰이게 된 것은 1950년대 중반부터라고 한다. 디아스포라 문화는 원주지역 사람들의 문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곤 하는데, 문화적 결속력이 강해 고유 언어에 대한 현지화에 집단적으로 저항한다거나 종교의식을 계속 유지하는 등이 그 예이다. 디아스포라 집단 문화가 오리지널보다 문화나 전통에서 더 고유한 형식을 유지하는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리스 디아스포라(ελληνική διασπορά)는 그리스 본토에서 벗어나 세계 전역에 흩어져 사는 그리스 이주민들을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디아스포라 중 하나로 알려진 그리스 디아스포라는 역사적으로 고대 호메로스 시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입증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발칸반도와 소아시아로 그리스 문명을 퍼뜨렸고, 지금의 스페인, 프랑스에서부터 이집트, 인도에 이르기까지 400개가 넘는 식민지를 세웠다. 중세시대엔 비잔틴 문명이 몰락하면서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을 떠나 이탈리아로 피신했고, 오스만제국을 피해 러시아, 서남아시라 쪽으로 이주해 정착하게 된다.
20세기 동안 많은 그리스인들이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고국을 떠났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1939~45), 그리스 내전(1946~49), 1974년 터키의 키프로스 침공 등을 계기로 디아스포라는 계속 늘어났다. 해외 그리스 세계 협의회(SAE: World Council of Hellenes Abroad)의 최근 추정치에 따르면 그리스와 키프로스 이외에 전 세계 140개 국에 500만 명~700만 명의 그리스인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계 후손이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 독일, 호주, 캐나다, 영국 및 알바니아 순이라고 한다.
300만 명 이상의 그리스계(주로 3세대 또는 4세대 이민자)가 거주하는 미국은 자국을 제외하고 그리스계 인구가 자장 많은 나라다.
19세기 그리스 독립전쟁 이후 농촌 지역의 많은 그리스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떠나면서 시작된 그리스인의 미국 이민 물결은 20세기 초까지 계속되다가 그리스 내전 이후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이르러 절정에 달하게 된다.
그리스계 미국인은 미국 사회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대도시를 중심으로 곳곳에 정통 그리스 타베르나(매점)나 베이커리, 상점 등이 들어서면서 그리스식 공동체 문화를 미국에 퍼트리게 된다.
2002년에 첫선을 보인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My big fat greek wedding>은 이러한 미국의 그리스 디아스포라 문화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리스 식당(Dancing Zorba)을 하는 집안의 노처녀 딸(툴라, 이아 바달로스)이 미국 남자(이안, 존 코벳)와 결혼하겠다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로, 그리스인이 아니면 시집 보낼 수 없다는 집안의 반대에 결국 이안이 그리스 정교회 신자로 개종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다.
특히 그리스 출신 배우 리타 윌슨의 남편으로, 실제 영화와 똑 같은 처지인 배우 톰 행크스가 제작자로 나서면서 주목을 받았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전통적인 대가족 사회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전 세계적으로 빅히트를 친 이 영화는 2003년에 TV 시리즈와 2016년에 속편도 흥행을 일으켰고,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오는 9월 미국에서 개봉 예정인 <나의 그리스식 웨딩 3>에는 툴라와 이안 가족이 그리스로 친척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로, 툴라 역의 니아 바달로스가 직접 각본, 주연, 연출까지 해서 기대를 받고 있다. 1, 2편을 보아온 관객이라면 툴라와 이안의 결혼 이후의 이야기를 기분 좋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AflXqZ5xs0 (나의 그리스식 웨딩3편 예고편)
영국과 독일 이민은 수세기에 걸쳐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최근엔 그리스의 경제 위기로 인해 많은 젊은이들이 보수가 좋은 일자리를 찾아 영국과 독일로 떠나고 있다. 대략 영국에는 30~40만명이, 독일에는 45만명의 그리스 이민자가 거주하고 있다.
호주도 60만 명에 이르는 그리스인들이 살고 있는 나라다. 특히 멜버른은 그리스를 제외하고 그리스 인구가 가장 많이 밀집된 곳으로, 현재 그리스 디아스포라의 가장 집중된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1850년대 골드러쉬를 통해 대규모 이민자 물결을 불러일으킨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캐나다에는 약 30만 명의 그리스인이 거주하고 있다. 주로 토론토, 밴쿠버 및 몬트리올이 그리스 공동체의 본거지다. 펠로폰네스 출신 이민자들이 19세기에 캐나다에 도착하기 시작해, 1967년부터 그리스인의 캐나다 이민이 절정을 이뤘다.
북쪽 그리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알바니아에 사는 그리스인은 알바니아 정부가 지정한 ‘소수민족’이다. 여러 억압정책으로 인해 북부 에피로스의 약 80%가 최근 몇 년 동안 그리스로 돌아왔다고 한다.
라틴 아메리카 중 특히 칠레에는 약 12만명이 그리스 혈통으로 살고 있다. 또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로 인해 해운 및 항해와 깊은 관련을 맺으며 진출한 그리스인들이 많은데 그 중 제27대 파나마 대통령인 데메트리오 바실리오 라카스 바하스는 그리스 이민자의 아들이다.
그리스와 지중해 이웃 지역, 특히 중동과 북아프리카로의 이동은 고대부터 시작되었다. 수천 년 동안 이집트에 살면서 클레로파트라를 비롯해 국가의 문화, 역사 및 사회적으로 유명한 그리스인이 많았지만 1952년 이집트 혁명 이후 많은 그리스인이 강제로 이집트를 떠났다.
이밖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이주한 그리스인 또한 오랜 역사를 지니며 디아스포라 사이에서 헬레니즘의 가장 중요한 등대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영원한 ‘래이첼 Rachel’ 제니퍼 애니스톤(Jennifer Aniston, 1969.11.9.~)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리스 출신 배우 존 애니스톤과 미국 출신 낸시 다우의 딸로, 캘리포니아 셔먼 옥스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랐다.
아버지 존 애니스톤(야니스 아나스타사키스 Yannis Anastassakis, 1933~2022)은 크레타 섬 출신으로,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비롯해 40여 편의 연극작품과 TV쇼,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한 경력의 배우다. 본명에서 ‘야니스’는 ‘John’으로, ‘아나스타사키스’는 ‘애니스톤 Aniston’으로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미국인이 되었다.
제니퍼 애니스톤은 어렸을 때 1년 간 그리스에서 자라기도 했는데, “아버지는 100% 그리스인이죠. 아버지는 나에게 작은 요리비법을 알려주셨는데 모두 그리스의 비밀이죠.”라며 그에게 남겨진 그리스 유산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또한 2014년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아름다움과 식습관, 스타일과 노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릭 샐러드’를 먹고 자란 그녀로서 노화방지에 대한 비밀 중 일부는 아마도 ‘그리스인 유전’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알렉산더 페인(Alexander Payne(콘스탄틴 알렉산더 파파도풀로스(Constantine Alexander Papadopoulos), 1961.2.10~ )은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억만장자 워렌 버핏과 같은 동네)에서 태어난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및 프로듀서다. 영화 <선거>(2002), <어바웃 슈미트>(2004), <사이드웨이>(2011), <디센던트>(2013), <네브래스카>(2017), <다운사이징>(2017) 등의 각본과 감독을 맡으면서 뚜렷한 개성을 확보해오고 있다.
페인의 영화는 현대 미국 사회에 대한 어두운 유머와 풍자적 묘사로 유명한데, 아카데미 각본상을 두 번 수상했고, 아카데미 최우수 감독상 후보에 세 번 올랐다(우리에겐 캐나다 출신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의 전 남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부모는 모두 그리스인으로(아버지George Payne는 그리스-독일인이고, 어머니Peggy(née Constantine)는 가족 양쪽이 그리스인이다), ‘버지니아 카페 레스토랑’의 창립자이자 소유주였던 할아버지 니콜라스 페인(Nicholas Payne)은 파파도풀로스(Papadopoulos)라는 그리스 성을 영어화해 ‘페인Payne’ 이라고 바꿨다고 한다.
페인은 2022년 보스턴 그리스 총영사관에서 그리스 시민권을 받았는데, 진짜 그리스인이 된 것에 대해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귀화 후 처음 돌아왔을 때의 느낌은 어쩐지 달랐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길을 걸으며 생각했습니다. “젠장, 난 그리스 사람이야!” 디아스포라로 태어나 미국, 캐나다, 독일 또는 호주에서 자란 우리 모두는 하이브리드한 정체성을 가집니다.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리스계 미국인으로 자라면서 항상 눈을 뜨고 모든 것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감독이란 직업에 확실히 영향을 미쳤습니다.”
배우 톰 행크스(Thomas Hanks)의 부인이자 배우인 리타 윌슨(Rita Wilson). 그리스를 몹시 사랑하는 이들 부부는 여름이면 정기적으로 그리스를 찾는 것으로 유명한데, 리타 윌슨의 어머니는 알바니아 출신 그리스인이고, 아버지는 불가리아 국경 근처에서 태어난 불가리아 무슬림이었다고 한다. 후에 정교회로 개종한 후 ‘앨런 윌슨’으로 이름을 바꿨다.
리타 윌슨은 특히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불면증>, <나우 앤 덴>, <런어웨이 브라이드>의 배우이자 여러 영화의 제작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리스 디아스포라 가정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풀어낸 <나의 그리스식 웨딩>(2022)>을 톰 행크스와 함께 제작한 바 있다.
2019년 그리스 정부는 ‘그리스에 대한 탁월한 서비스’를 사유로 톰 행크스와 리타 윌슨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P.S. 그동안 근황이 궁금했는데, 웸의 멤버인 앤드류 리즐리가 최근 <가디언>지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도 이탈리아-이집트-예멘계 출신이라 밝혔고, 조지 마이클과의 어린 시절 만남부터 그간의 심정을 이야기했다. 영국에서의 차별을 피하기 위해 그의 아버지는 거리 표지판을 따라 자신의 성을 Ridgeley로 개명했다고 한다.
(2023.07.09.,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music/2023/jul/19/oh-god-i-envied-his-voice-andrew-ridgeley-on-ego-angst-and-loving-george-michael)
*자료 참고: 위키피디아, https://greekreporter.com/
*표지사진: https://www.christ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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