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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K Choi Apr 18. 2023

피카소 전시에서 만난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하다 (상)

마이아트뮤지엄,《루트비히 미술관 컬렉션: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지금 삼성역 근처에 있는 마이아트 뮤지엄에서는《루트비히 미술관 컬렉션: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연차를 낸 날, 근처에 들릴 일이 있어 따로 예약없이 현장결제하고 바로 관람했어요. 

일반적으로 월요일은 쉬어가는 미술관과 달리, 마이아트 뮤지엄은 매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된다고 하니 퇴근하고 보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참, 입장 마감은 7시라고 합니다.


결제 후, 안에 유로 도슨트가 진행 중인 관계로 (전시장 내 사람이 많지 않았음에도) 도슨트 그룹이 2번째 파트로 넘어가기까지 20분정도 기다리고 입장한 것 같아요.


기다리는 사이, 마침 h.Point앱이 있어 작품 도슨트를 먼저 들으며 기다렸어요.(유료, 3000원)


h.Point 사운드갤러리에서 이 전시를 비롯해 호크니 등 전시의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개별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전시 전반에 대한 건 블로그에서 풀도록 하고, 여기에선 제가 첫 눈에 반한 여성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아주아주 오래 기다리다가, 전시장을 나가기 직전에 만난 여성이었습니다.^^


파블로 피카소, <여인의 초상화가 있는 타원형 접시>
(좌)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부채를 든 동화 속 공주>  /  (우) 윌리엄 렌브룩 <토르소>

전시 1부에선 피카소를 포함해, 독일 표현주의와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줍니다. 전시 제목에는 모두가 한 번쯤 눈길을 줄만한, 피카소가 들어가있는데, 실제 피카소의 작업은 7-8점 정도 되고요.


실제 전시에서는 피카소에게 초점을 맞췄다기 보다는,  전시 후반부의 현대 독일작가들이 등장을 설명하기 위해 1-4부에서는 5부의 작업들이 태동하는데 영향을 주었던 독일 표현주의, 러시안 아방가르드,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 등, 20세기동안 미술사에서 이념과 양식의 정반합을 반복한 서양미술사조들을 시기 순서대로 조명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만큼 유명한 대가들의 작업들이 많이 와서, 피카소를 중심으로, 혹은 전체 미술사적 흐름에 따라, 혹은 독일계 예술가들의 작업을 초점을 맞추어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좌) 윌렘 드 쿠닝 <무제> / (우) 안토니 타피에스, <분홍 흔적이 있는 흰색 77번>

3부에서는 초현실주의부터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주면서 미술사의 현대적 흐름을 따라 전시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오른편의 타피에스 작업은 제 논문 주제이기도 한 '초현실주의' 화가이기도 해요^^ 


정확히는 초현실주의로 시작해, 스페인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미술 운동에 참여했는데요. 시기별로 그의 작업에 나타나는 사회의식과 주제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에요. 


피카소 이외에, 아로요와 함께 스페인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좋은, 멋진 작가분입니다 




구성도 배치도 좋은 작업들을 보며 전시가 끝날 때 즈음, 출구바로 앞에서 보통이라면 그저 스쳐지나갈 수도 있는 영상 작업에서 그녀를 만났어요.^^


바로 안드레아 프레이저(Andrea Fraser,1965~)의 공식환영사<Official Welcome>(2001) 입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전에, 그녀의 작품을 먼저 함께 감상해보고 가실까요-

"저희 진정한 업적은 매일같이 아침에 일어나서, 존재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역사적으로 설득력있고 급진적인 미적 실천을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만, 상호작용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주지만 의사소통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이끌어 내면 좋겠지만, 저는 설교적이고 싶지 않아요."





사실 저는 다른 전시에선 영상 작업은 1분정도 보고 스쳐지나가곤 해요. 그러다 가끔 이렇게, 영상 내 퍼포먼스나 퍼포머의 한마디 한마디에 극한 공감을 하며 큰 감동을 받는 작업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작업의 러닝타임에 상관없이, 두세번, 열 번이라도 계속해서 앉아서 작업을 감상하게 되더라구요


작업에 끌리는 이유는 예술가의 깊고 넓은 리서치와 인사이트에 대한 경탄일 때도 있고, 솔직한 자기 반성에 대한 놀라움일 때도, 혹은 예술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흔들리면서도 계속해서 나아가는 창작자로서의 고뇌에 기반한 정체성일 때도 있어요. 


그런 작업을 만난 날에는, 로또에 당첨된 듯한 기분을 느끼곤 한답니다. (아직 복권은 안사봤지만요...^^ 큰 거 한 방을 노리고 있습니다.)


<Museum Highlights: A Gallery Talk>, 1989


쓰다보니 길어져서, 더 프레이저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더 해보려해요. 재밌는 건, 저는 당일 그녀에게 첫 눈에 반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름 저희는 사이에 아는 사람도 있고,,, 또 구면이었더라고요^^ 


그 이야기도 다음 편에서 같이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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