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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K Choi May 15. 2023

찢어지게 가난했던 한 수다쟁이를 위한 변명


 나는 저 찢어지게 가난한 수다쟁이 소크라테스를 혐오하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사색하지만 다음 끼니를 어디에서 구해야하는지도 모르지.

우리에겐 현자로 칭송받는 소크라테스지만, 그가 살아있던 당시 그를 폄훼하던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 지금과 다를 바 없이 물질적 풍요를 좇는 세상에서 소크라테스는 사리를 추구하기 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적 가치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근본주의를 외쳤다. 아테네의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미래는 제국주의적 야망과 근사한 주랑에 달린게 아니라 더 행복한 삶에 있다고 말했다.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 선한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에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을 좋아했고 인간을 사랑했다.


소크라테스의 야망은 프시케, 즉 인간의 영혼을 찾는 것이었다.


소크라테스에게 아고라는 우리의 의식, 영혼이 머무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고라에서 말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소피스트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가르치려고, 지식을 파려고 아고라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선언했다. 지식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지식을 판다고 하겠는가? 그는 오직 신만이 소피스트가 될 수 있으며 신만이 진정으로 지혜롭다고 말했다. 그는 후대인들이 그에게 준 필로소포스라는 명칭에 만족했을 것이다. 지혜를 사랑하고 갈구하는 자. 하지만 불행하게도 호모 사피엔스는 역사를 다시 쓰는 데 재주가 있었다. 그래서 알맹이 없는 근사한 말을 조심하라고 했던 그가 고대의 가장 유명한 소피스트 중

하나로 기억되고 비난받게 되었다.


그는 분명히 당대 사람이었지만 우리 시대의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가 세상속에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더 많이 배울수록 우리 자신에 관해 더 잘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환경이 더 복잡해지고 문명화될수록 우리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을 더 잘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타 에로티카',  즉 사랑에 관한 것, <선을 추구하게 만드는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을 기억하라고 가르친다.

소크라테스는 찬란한 아네테 민주주의의 유아기와 성장기, 중년기를 겪었다. 그는 아테네 민주주의가 번창하고 번화 하면서 시들고 죽었다가 다시 부활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는 아테네 법에 따라 죽었다. 직접 민주주의의 열매이자 희생자였다.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그 세상에 도전하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무엇보다 '타 에로티카',  즉 사랑에 관한 것, <선을 추구하게 만드는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을 기억하라고 가르친다.






아직도 나는 미술과 미술사를 하던 사람들의 세계와 컨설팅을 비롯한 일반적인 비즈니스 세계 사이에 서서 고개를 이쪽 저쪽으로 기울인다. 미술사를 공부하던 시절, 배움과 끝없는 인풋으로 일반 회사원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철학적 지점들을 고찰하고 몇 백년 전의 역사를 파고드는 딜레탕트적인 사치를 부리던 때. 그 때의 나는 돈을 덜 벌더라도 쳇바퀴의 하나가 되어 사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두려움이 더 컸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스트레스 받는 일을 하면서도, 박봉이 당연한 세계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자위했다. 하지만 이 편에서 사람들이 선망하는 삶과 사유의 세계에 있다 온 나는, 옆의 사람들이 그 세계를 우러러바라볼 때 다시금 허해지고 만다. 두 곳 모두를 밟은 지금, 하나만 선택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여전히 양 쪽에서 모두 주니어인 나에게는 전문성과 경력이라는 가장 핵심적인 무기가 없다. 또다시, 준비의 시간인 것이다. 그 때, 오랜만에 다시 소크라테스의 글을 찾았다. 그리고 궁극적인 삶의 목표와 방향성을 다시금 환기시켰다.

그렇다.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든, 회사에 있든 갤러리에 있든, 박사과정에 있든 취준모드에 있던 중요한 것은 내가 살고 싶은 세계, 그리고 내가 만들고 싶은 세계가 사랑과 선을 추구하는 길위에 놓여져있다는 점이다.


To be continued...


* 몇 년 전 읽고 타이핑해둔 <아테네를 위한 변명> 을 옮기고 중간중간 사색을 덧붙인 글임을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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