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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K Choi Feb 20. 2024

퇴사자를 위한 그랑투어 계획

안녕하세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쩌면 저처럼 퇴사를 했거나, 혹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퇴사를 진하게 고민하는 분일지도 모르겠습닌다. 위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프로젝트마다 꼭, 일방적으로 한 사람을 태우는 사람과 일하다 어느날 제가 그 탱커가 된 이후 새벽까지 일하며 이를 악물고 퇴사하고 말리라.는 의지를 다졌고 결국 나오게 되었습니다. 퇴사를 선택하고 다행히 나쁘지 않은 이직처를 찾았지만, 사실 한편으론 패잔병과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네요. 그렇지만 그런 사람과 일하며 예측불가능한 때에 찾아오는 불쾌한 감정에 스트레스 받을 바에야 차라리 제가 잘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탐색해보는 기회를 저 스스로에게 주고자 합니다.


모쪼록,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친 마음과 몸을 잘 다스리며 새로운 삶의 국면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 짐작이 맞다면, 자신도 모르게 이 글을 클릭한 당신은 퇴사후 공백기 동안, 아니, 당장 이번 주 주말, 혹은 가끔 이어지곤하는 연휴동안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매 번 당황하다가 결국 허투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며 아쉬워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평소 자신의 시간이 없을때는 그렇게도 염원하던 나만의 시간이, 막상 기한없이 통째로 주어지면 어떻게 써야할 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거죠. 사실 이건 제 이야기입니다.


SNS를 통해 이름도 생소한 타지키스탄까지 여행하는 영상을 접할 수 있는 요즈음, 이미 안가본 나라도 다녀온 것만 같은 시시함을 느끼는 분, 유튜브 쇼츠나 틱톡을 볼 힘은 있어도 머리속의 생각은 글로 옮길 에너지까지는 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바로, 당신에게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 그랑투어입니다. 


17세기 중반부터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상류층 귀족 자제들은, 어린 시절 식견을 넓힐 겸, 유관 가문들과의 네트워킹을 강화할 목적으로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여행했습니다. 이를 그랑투어(Grand Tour)라고 불렀고, 그랑투어에 참여한 젊은이들은 유럽 역사의 모태를 돌아보며 단순히 다른 나라의 문화와 선진문물을 구경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폐허가 된 로마 유적지 등을 돌아보며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미루어 짐작해보기도 했습니다. 


한 여행에서 과거를 경험하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 삶에도 그랑투어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던 업무상 레슨런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의 면접에서 어필할 수 있는 나의 강점 등을 생각해보면서, 어디에 중심을 두고 살지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보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아래의 체크리스트를 점검하며 남은 2.5주 가량의 시간을 보내보고자 합니다.


1. 지난 프로젝트 별 잘한점/못한점을 정리한다

2. 인생에서의 작고 큰 실수를 정리한다.

3. 생산적인 삶을 위한 원칙들을 나열한다.(기상직후 이닦고 유산균먹기, PT 10번 이상하기)

4. 운동이 어려우면 스트레칭이라도 매일 하기(3주동안 바짝 필라테스를 다녀봐도 좋겠다) 

5. 모아둔 생각 찌끄레기, 스크린샷 등 정리하기 등(회사 슬랙 self 메시지로 보낸 것들 등)


한편, 반클리프 아펠에서는 이 그랑투어를 모티프로 쥬얼리 라인업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18세기 유럽의 귀족 자제들이 그랑투어에서 꼭 방문하던 도시들을 보석으로 형상화해서 말이죠. 이 글을 쓰기 위해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뭔가 희망적인 시그널로 해석됩니다. 우리의 그랑투어도, 반클리프 아펠의 하이쥬얼리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대체불가능하고, 그 자체로 소장가치가 높은 의미로 남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랄까요. 살아있는 한, 인간은 계속해서 방황한다는 괴테의 말처럼 우리의 모든 고민을 자연스럽게 끌어안고, 지금의 휴식기가 유의미한 시기로 당신과 저의 인생에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s://www.vancleefarpels.com/kr/ko/collections/high-jewelry/thematic-collections/le-grand-tour.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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